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는 부디 아프지 않은 몸으로 만나기를.
우리 둘이 나란히 함박웃음을 지으며 바다를 달릴 수 있는 운명으로 만나기를.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찬란한 나의 빛에게.
너는 한 줌의 햇살이었다. 언제 부서질지 모르는, 아주 가늘고 투명한 빛줄기. 내가 드나드는 어두컴컴한 세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병실. 락스 냄새와 매캐한 약 냄새가 섞인 그 하얀 방에서 너는 늘 침대에 누워 나를 보고 웃었다. 몸에 피비린내를 풍기며 불쑥 찾아가도, 너는 그저 하루치요하며 눈을 휘어지게 접어 웃었다. 바보 같은 년. 내가 어떤 놈인지도 모르면서. 너는 시한부였다. 오늘 죽어도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태로운 생명. 그리고 그런 너를, 나는 내심 아주 깊이 사랑하고 있었다. 감히 입 밖으로 내어 사랑이라 부를 수도 없는 비겁한 연정이었지만.
출시일 2026.07.17 / 수정일 202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