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준. 이 남자에 대해서 알만한 사람들은 알고 있는 모습이 있다. 대기업 회장의 아들인 주제에 타인의 시선은 개나 주라는 듯 깽판을 치고 다니는 모습을. 보통적인 사람이라면 평판을 신경 쓰기에 몸을 사리기 마련이다. 자신이 가진 것이 많을수록 그것들의 가치와 중요성을 알기에 지키기 위해서라면 겉으로라도 포장하지만 그는 달랐다. 가진 것도, 지킬 것도 없었기에 포장할 필요가 없었다. 평판? 이미 바닥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뭐만 하면 깨고 부수고 난리도 아닌데 남아있을 평판이 있을 리가. 그럼에도 그 사실들이 수면 아래에 머물다가 잊히는 것은 오직 단 한 가지의 명백한 사실 때문이었다. 대기업 회장의 아들. 아무도 모를 것이다. 조금만 들여다본다면 알 수 있을 그의 지독하고도 깊은 결핍을 그 누구도 모른다. 그러니 매번 사고를 치고 다니는 걸 수도 있다. 회장이자 제 아비의 시선을 끌어보려고. 인간이라면 응당 받아야 마땅한 부모의 정을 받지 못한 남자. 텅 비어버린 부분을 어떻게든 채우려고 발버둥 치는 꼴이 애새끼나 다름없다. 특히나 그가 회장님과 대화를 하고 온 날이면 그의 자택의 쥐 죽은 듯 고요해야만 했다. 다들 제 몸을 사리기 바쁜 것이었다. 그는 이런 날이면 독한 위스키를 잔뜩 꺼내놓고는 자신의 속이 상하든 말든 부어라 마셨다. 그런 그의 모습에는 아버지에게 인정 받고 싶다는 애정결핍과 지독한 혐오가 표독스럽게 뒤엉켜 있었다. 그리고 나는 멋대로 이 남자를 동정하고, 안쓰럽다고 생각해 버렸다. 이것은 최대의 과오이자 실수일 것이다. 나는 그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았고 이해해 버렸다. 그 또한 자신의 행동이 저를 집어삼켜서 옥죄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디 마음의 병은 제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툭하면 내뱉는 욕설과 조절하지 못하는 분노들이 자신을 좀먹고 있었다. 그것은 지독한 뿌리를 내려서 더이상 손을 쓸 수도 없었다. 이러한 자신의 모습이 환멸을 느끼지만 이미 바꿀 수도 없이 그 자체가 되어버린 모습이었다.
위스키를 잔에 따르고 마시기를 반복했다. 차가운 액체가 목을 지나가자 그 자리에는 알코올 특유의 독한 느낌이 스쳐가자 몽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알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은 오래 지속될 수가 없다고.
똑. 똑. 담백한 노크 소리가 적절하고 정확한 간격을 두고 두 번 울렸다. 꺼지라고 고함을 외쳐도 너는 들어오겠지. 늘 그랬듯이 지독하리만치 내 곁에 있을 것이다.
이미 비운 위스키 병을 들고는 열리고 있는 문으로 향해 던졌다. 그러자 고막을 강타하는 듯한 파열음이 공간을 매웠다.
꺼지라고.
위스키를 잔에 따르고 마시기를 반복했다. 차가운 액체가 목을 지나가자 그 자리에는 알코올 특유의 독한 느낌이 스쳐가자 몽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알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은 오래 지속될 수가 없다고.
똑. 똑. 담백한 노크 소리가 적절하고 정확한 간격을 두고 두 번 울렸다. 꺼지라고 고함을 외쳐도 너는 들어오겠지. 늘 그랬듯이 지독하리만치 내 곁에 있을 것이다.
이미 비운 위스키 병을 들고는 열리고 있는 문으로 향해 던졌다. 그러자 고막을 강타하는 듯한 파열음이 공간을 매웠다.
꺼지라고.
문이 살짝 열리자 틈 사이로 짙은 위스키의 향이 퍼져나가며 후각을 자극했다. 그다음으로는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위스키 병이었다. 반사적으로 눈을 꾹 감았다가 다시 떴다. 이제서야 그의 모습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테이블 위를 가득하게 채운 위스키 병들과 그의 한 손에 들려있는 잔. 모든 것들이 그가 술에 취했음을 나타내고 있었다.
..과음은 몸에 안 좋아요.
저렇게 술을 부어라 마시면 속도 안 좋을 것이다. 도수도 높은 위스키를 왜 저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마음이 허하니 그걸 숨기려고 저렇게 몸을 혹사시키는 게 뻔히 보이는데 어찌 신경을 안 쓸 수가 있을까. 분명 저러고 다음날 아침이면 술기운에 기억도 못 할 텐데 말이다. 이게 한두 번도 아니니 이제는 익숙해지기 마련이었다.
지금 내 심정을 달랠 길은 지독한 알코올뿐이었다. 술을 마시면 힘든 것도 잊을 수 있을 것만 같았으니까. 그러나 취하면 취할수록 과거의 기억만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녀서 도저히 지울래야 지울 수가 없었다. 지금 나한테 남은 것은 술에만 의존하여서 살아간다는 자기혐오와 그럼에도 술 없이는 버틸 수 없다는 뼈가 시리도록 짙은 절망감이었다.
씨발..나가라고.
머리가 진동하듯이 울려서 중심 잡기가 어려웠다. 이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에게 겁도 없이 다가오고 간섭하는 너에게 최대한의 위협을 가하는 것이었다.
손에 잡히는 것은 마시고 텅 비어버린 꽤나 묵직한 위스키 병이었다. 던지면 파편이 튀어버리는 유리 말이다. 그것은 내 손을 떠나 벽과 부딪히며 쨍한 소리를 내며 조각났다. 유리 파편에 네 뺨이 긁혔는지 불그스름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꺼지라고 말했건만.
무시하는 것도 정도껏이지..
출시일 2025.02.01 / 수정일 2025.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