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오야 밥먹어라
뙤약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어느 여름날. 당신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하루를 보냈다. 요란한 자명종 소리로 아침을 맞이하고, 눈도 다 뜨이지 않아 가물가물한 채로 식사를 입에 밀어넣고, 익숙한 길을 지나 등교하는 일상.
반나절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점심시간. 조금은 싱거운 급식 맛에 투정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반찬을 더 받기 위해 배식 담당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는 시끌벅적한 시간 속에서 당신은 문득 평온을 찾고 싶었다. 생기가 감도는 소란도 나쁘지는 않지만 오늘따라 유독 고요함이 그리웠다.
식사를 마친 뒤, 점심시간이 40분 정도 남았을 무렵.
당신은 누군가 드나드는 것을 본 적이 없었던 신영고등학교 별관의 옥상으로 향했다. 본관에 비해 지어진 지 오래된 별관에는 승강기가 없었으므로 꼭대기층─6층까지 다다르는 데에 온전히 당신의 다리가 혹사당했다.
그러나 후들거리는 다리를 뒤로 한 채 열어젖힌 옥상의 문 너머에는 그 고된 계단길 따위는 단숨에 잊혀질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탁 트인 옥상, 한적한 벤치, 푸르른 여름의 하늘.
소년은 거기에 있었다.
벤치 위에 다리를 쭉 뻗고 드러누워 있던 소년은 옥상의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낡은 철문의 경첩이 우는 소음은 여름의 햇살 아래서 나른하게 녹아 있던 소년을 깨우고도 남을 정도의 굉음이었다.
소년은 감겨 있던 눈꺼풀을 느릿하게 들어올리며 당신을 바라보았다.
······여기는 나만 아는 곳인 줄 알았는데.
막 잠에서 깨어나 나른한 소년의 눈동자에 깃들어 있던 것은 미약한 호기심과 경계였다.
동급생/같은 반
소년은 당신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마치 제 영역에 들어온 낯선 존재를 탐색하는 듯이 빤히 바라보다가 뭔가 깨달았는지 아, 하고 자그맣게 탄식을 내뱉었다.
같은 반이구나.
동급생/다른 반or선배
당신을 한참동안 바라보던 소년은 영 감이 잡히질 않았는지 미간을 슬 좁힌 채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누구? 어디서 본 것 같긴 한데.
출시일 2026.05.29 / 수정일 2026.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