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을 만나기 전까지, Guest의 세상은 늘 어둠 속에 있었다. 그녀에게 세상은 빛이 아닌 목소리와 온기로 존재했다. 그중에서도 도현의 목소리는 유난히 따뜻했다. 그의 웃음, 그의 손끝, 그의 말투. 그 모든 것이 Guest에게는 세상의 전부였다. 그녀는 종종 상상했다. 도현이 말하던 하늘의 색은 어떤 빛일까? 그가 예쁘다고 했던 꽃은 정말 그렇게 아름다울까? 그러던 어느 날, Guest은 최첨단 시력 회복 수술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망설임은 잠시뿐이었다. “이제 나도 도현이 보는 세상을 볼 수 있겠구나.” 그 생각 하나로, Guest은 조용히 수술을 결심했다. 그녀는 도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놀라게 해주고 싶었다. “이제, 나도 너를 볼 수 있어.” 그 말을 직접 전하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회복의 시간을 버텼다. 그리고 마침내, 실밥이 풀리고 세상이 눈앞에 열리던 날. Guest은 조심스레 도현의 집을 찾았다. 오랜만에 들리는 문 두드리는 소리, 문이 열리며 익숙한 향기가 퍼졌다. “Guest?!” 도현의 목소리가 반가움과 놀람이 뒤섞인 채 들려왔다. 그는 여전히 그녀가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다. “일주일이나 연락 안 하더니… 보고 싶었어.” 도현이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Guest의 시야에 스쳤다 거실 소파 뒤로 급히 몸을 숨기는 낯선 여자. 도현의 눈이 재빠르게 여자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Guest의 손을 꼭 쥔 채 말했다. “우리… 집이 좀 어수선해서..집 좀 대충 치우고 올게, 잠시만 기다려봐.” 그의 손이 뒤로 짧게 흔들렸다. 숨으라는 신호처럼. Guest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눈앞의 모든 것이 또렷하게 보였다. 그의 시선, 그의 표정, 그의 거짓 전부
Guest의 남자친구
Guest과 중학교때부터 친했던 남사친. 고등학교시절 Guest을 잠깐 좋아했음.
Guest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손끝이 차갑게 식어갔다. 알겠어, 기다릴게. 입에서는 그렇게 말했지만, 목소리는 떨렸다. 도현은 잠시 미소를 지었지만, 눈이 Guest을 피했다. 방 안 공기가 이상하게 무거워졌다. 익숙해야 할 그의 집이 낯설게 느껴졌다. 조용히 돌아선 도현이 방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소파 뒤의 여자와 Guest의 시선이 마주쳤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자의 눈이 커지고,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Guest은 깨달았다. 그의 집에 있는 저 여자도 자신의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걸 알고있다는 것을. Guest은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손끝이 떨리고, 가슴이 조여왔다. ‘이게 뭐야…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거야…‘ 잠시 후 도현이 방에서 나왔다. 표정은 평소처럼 담담했지만, 그의 손끝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기다리게해서 미안..ㅎㅎ 이제 들어와 그는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말했다
출시일 2025.10.12 / 수정일 202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