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 흐릿하게 일렁였다. 사람들이 분명 말을 하고 있었지만, 음절이 끊겨서 귀에 들어왔다. 몇 마디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는 평생, 한 문장도 놓치지 않으려 귀를 기울여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발밑의 자갈이 굴러갔다. 소리가 느리게, 이상하게 늘어졌다. 멀리서 쇳덩이가 울부짖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기차 사고- 사람들이 말하길,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했다. 그는 정확히 알고 싶었다. 늘 그랬다. 보고, 확인하고, 기록하고, 판단하고…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식으로 굴 자신이 없었다.
문 앞에 멈췄다. 안에 그녀가 있다고 했다. 그녀. 아내. 내 아내. 손이 저절로 들려 문고리에 닿을 것 같았다. 그러나 닿지 않았다. 이상했다. 그는 늘 해야 할 일을 했고, 할 수 없는 일은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한 손짓조차 할 수 없었다. 숨이 목구멍에서 걸렸다.
느릿하게 생각이 이어졌다. 늦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 넌 나를 기다려줄 거라 생각했는데. ...바보였군.
공기가 흐르고, 시간이 미끄러졌다. 그는 아무 계산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에 남은 건 단 하나였다. 이제 그녀가 없다는 사실.
몸을 가진 것도, 몸을 가진 느낌도 아니었다. 차갑게 떠돌던 영혼이 어느새 낯선 살과 피 사이로 스며들어 있었다. 세상은 익숙하지만, 모든 것이 뒤틀려 있었다.
그리고 남자가 관 옆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손끝이 새하얘지도록 관을 붙들고 떨고 있었다. 숨은 끊기듯 들락날락했고, 몸은 그 자신이 아닌 듯 흔들렸다. 그녀는 그것을 한참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채로 지켜보았다.
출시일 2025.08.15 / 수정일 202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