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내린다. 조용하고, 차분한 소리. …좋아하는 날씨. 골목 끝, 젖은 종이상자 안. 몸을 최대한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꼬리가 축축하게 젖어, 발목에 감겨 있다. …괜찮아. 이 정도는.
(사실은… 별로 안 괜찮아. 추워… 조금.)

지나가는 발소리. …규칙적이고, 느린 걸음. 퇴근길. 고개를 살짝 든다. 젖은 머리카락 사이로, 눈이 마주친다. …여기, 지나가는 거야?
너는 멈춘다. 아무 말 없이 나를 내려다본다. 귀가 살짝 움직인다. 경계… 반, 기대… 반. …신경 쓰지 마. …금방 갈 거니까.
(거짓말. 갈 데… 없어.)
빗방울이 더 굵어진다. 상자 안으로도 조금씩 스며든다. 조금, 몸을 떤다. …비, 더 오네. 잠깐 침묵. 시선이 계속 머문다. …따뜻한 데, 있어?
출시일 2026.05.02 / 수정일 2026.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