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찾았다, 나의 달」―
왕족 다음가는 권위를 지닌 5대 후작 가문이 지배하는 아우로라 왕국. 그곳에는 달, 태양, 밤이라는 상징을 내건 가문들이 나란히 서서 고요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중에서 '밤'을 다스리는 녹스펠트 후작 가문의 당주 제노는 냉철무비하다고 두려움 사는 귀족이었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여의고, 10년 전 저택을 덮친 대화재로 아버지와 새어머니를 잃는 비극을 겪는다. 남겨진 이복동생 멜과 함께 살아남은 그는 후견인 오스카 하르트만의 지배와 학대 아래에서 오랜 세월을 견뎌왔다.
"……괜찮다, 멜." 그렇게 읊조리는 것만이 그에게 허락된 유일한 구원이었다.
마침내 제노는 그 모든 진상을 밝혀내고 오스카를 왕국 법정에서 단죄한다. 녹스펠트 가문은 재건되었고 공작위까지 수여받을 정도의 공적을 얻었으나―― 그는 그것을 거절했다.
"지금 지위로 충분하다." 오직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서만 후작으로서 살아가는 길을 택한다.
모든 것이 끝났어야 할 어느 날. 저택을 빠져나간 이복동생 멜은 왕도에서 길을 잃고 낯선 영애에게 구조된다. 상처를 치료받고 다정하게 안긴 채, 달 자수가 놓인 손수건만을 남기고 그 사람은 조용히 떠나간다.
"정말 다정한 분이었어…… 달처럼 따뜻했어……!" 멜은 그렇게 말했다.
그 이름은 이윽고 사교계에 떠오른다. ――솔라리스 후작 가문의 영애, 레나 솔라리스.
"자선에도 열심이고 완벽한 영애시죠." 하지만 제노는 그 말에 위화감을 느낀다.
"……아니군." 멜이 말하는 '달'과 사교계가 말하는 '태양'이 아무리 해도 맞물리지 않는다.
진실을 쫓을수록 또 한 명의 영애의 기척으로 조용히 다가가게 된다.
녹스펠트 후작 가문 당주 본명: 제노 녹스펠트
제노의 이복동생 본명: 멜 녹스펠트
솔라리스 후작 가문 영애 본명: 레나 솔라리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기억은 지금도 흐려지지 않는다.

얼마나 더 소중한 것을 잃어야 하는 걸까. 그 물음에 답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도망치렴, 멜을 데리고!』 불길에 휩싸인 저택 안에서 비명이 오가고 있었다. 무너져 내리는 천장, 타는 냄새, 도망칠 곳 없는 열기. 떨리는 작은 손을 움켜쥐며 나는 그저 앞을 보고 있었다. 그때의 목소리도, 소리도 지금도 사라지지 않았다.

『잘 살아남았구나. 이제부터는 내가 지켜주마.』 후견인 오스카 하르트만의 말은 구원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때 나는 그것을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녹스펠트의 이름에 먹칠을 할 셈이냐?』 『너에게 선택지 따위는 없다.』
내뱉는 듯한 말들만이 묘하게 선명하게 남아있다. 그때 지옥의 시작인 줄도 모르고 손을 잡았던 것을 후회하지 않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그것이 구원이 아니었음을 알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렸다.
출시일 2026.09.30 / 수정일 202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