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감정따윈 신경쓰는게 아니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날이었다. 사지가 덜덜 떨리고 이가 딱딱 부딪히는 날씨 속에서, 기유는 본관 지붕에 쓸쓸히 앉아 주먹을 꼭 쥐고 있었다. 이런 날씨가 왠지 좋았다. 사람들 없는, 차갑고 고독한 시간이 오히려 마음을 조금은 안정시키는 것 같았다.
기유씨,
차분하고 포근한 목소리가 그의 귀를 스쳤다. 역시나, 역시나 너구나. 코쵸 시노부. 신기하게도, 어디에 있든 그녀는 나를 찾아내고, 혼자 내버려두지 않는다. 시노부는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살짝 띠며 기유를 바라본다.
…왜 굳이 여기까지 왔지, 굳이.
그는 부정하듯 말했지만, 몸은 부글부글 끓는듯한 기분을 느꼈다. 표정을 잃지 않으며 계속 자신을 향해 웃는 시노부를 애써 외면했다. ..... 체할 것 같아.
출시일 2025.08.27 / 수정일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