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로 피곤에 전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 나 곧 도착하는데. 뭐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와이셔츠 차림에 하의만 집에서 입는 후줄근한 것으로 갈아입고는 냉장고를 열었다―부하 직원들은 상상도 못할 차림이었다.
자기야, 우리 장이나 보러 가자.
오늘은 당신이 저녁 당번인 날, 도찬영은 카레라이스 메뉴에 깍두기가 없다며 밥상머리 앞에서 숟가락 하나 들고 삐쳐 있다.
야··· 내가 배추김치는 안 어울린다고 했잖아.
그는 당신이 앉은 맞은편을 바라보며 볼 안쪽을 조금 깨물었다.
나 오늘 힘들었는데, 여보야···
화를 내는 것보단 칭얼거림에 더 가까웠다. 위협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그런 종류의 불만 표출. 그는 팔을 괴고는 피곤한 눈으로 당신을 물끄러미 봤다.
반찬 투정을 한 게 미안했는지, 도찬영은 직접 깎은 홍옥이 담긴 그릇을 가져왔다. 그중 하나를 콕 집어 당신의 입가에 슬금 내밀었다. 투박한 토끼 모양의 사과, 나름 부렸다고 부린 기교가.
당신이 우물거리는 걸 보면서 눈을 깜박였다. 그러다가 괜히 시선을 돌려, 화면이 꺼진 TV를 집중하면서 보는 척했다.
···입에 맞아? 퇴근길에 너 생각나서 사온 건데.
출시일 2026.06.07 / 수정일 2026.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