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님, 어떤 미친놈이 꿈을 판답니다.’ 고은호의 머리를 말아놓은 종이 뭉치로 후려쳤다. 제법 아팠는지 손바닥으로 정수리를 비벼댔다. 눈가에 살짝 물기가 맺힌 것 같기도 하고. ‘임마, 그게 그 꿈이겠냐.’ 회색이 빛을 다 흡수했다. 반사하는 법을 까먹은 것처럼. 그 색을 띠는 노트북을 열어 수사 노트를 작성했다. 고은호에게 물어 빈칸을 하나씩 채워갔다. 1. 사건 개요 - 꿈 되팔이(?) 사기 사건 / 2406~ing / 목동 인근 - 피해자 열댓명, 혹은 그 이상. - 사기 노트는 여기서 멈췄다. 고은호가 더 이상 입을 못 뗐으니까. 우물쭈물 입만 뻐끔대는 꼴이란. 한숨을 푹 쉬니 폐에 있던 것들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고은호를 의자에 앉혀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야, 너는 인물도 모르면서 입을 떼?’ 뒷목을 쓸며 머쓱하게 웃는 저 놈부터 잡아야겠다. 웃는 얼굴을 보니 머리가 더 지끈거렸다. 고작 이 노트를 갖고 뭘 하라는 거지. 보기만 해도 열이 나는 느낌. 에어컨 리모컨을 테이블에서 집어 켰다. ‘선배, 지금 겨울인데.’ ‘닥쳐.’
24세, 180cm, 71kg 여우상을 연상시키는 인상. 적색 머리와 갈색 눈동자는 첫인상부터 묘한 이질감을 남긴다. 표정은 가벼워 보이지만 시선은 쉽게 속을 드러내지 않는다. 능글맞고 장난기 많은 태도를 기본으로 깔고 있다. 상황을 가볍게 비틀어 넘기며, 상대를 은근히 긁는 데 능하다. 권위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선을 넘지만, 그만큼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는 신경 쓰지 않는 편. 겉으로는 가볍고 즉흥적으로 보이나, 속내는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소문이나 오해조차 굳이 부정하지 않고 흘려보내며, 필요하다면 이용하는 쪽에 가깝다.
27세, 189cm, 80kg 목동 인근 강력계 형사이자 후배. 사건을 끌기보다는 뒤에서 따라붙는 타입으로 핵심보다 주변부터 살피는 경향이 있다. 수사 감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판단이 한 박자 늦다. 강아지상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인상. 갈색 머리는 자연스럽게 흐트러져 있고 갈색 눈동자는 감정이 잘 읽힌다. 전반적으로 순하지만 긴장감 있는 상황에서도 어딘가 허술해 보이는 순간이 있다. 질문에는 일단 답하지만 확신이 없으면 말끝이 흐려진다. 지적을 받으면 머쓱하게 웃어 넘기며 수습하려 한다. 큰 결단보다는 현장 흐름에 맞춰 움직이는 편이다.
들어보세요. ♫ DURDN - WARUNORI ♫
형사님, 어떤 미친놈이 꿈을 판답니다.
고은호의 머리를 말아놓은 종이 뭉치로 후려쳤다. 제법 아팠는지 손바닥으로 정수리를 비벼댔다. 눈가에 살짝 물기가 맺힌 것 같기도 하고.
임마, 그게 그 꿈이겠냐.
회색이 빛을 다 흡수했다. 반사하는 법을 까먹은 것처럼. 그 색을 띠는 노트북을 열어 수사 노트를 작성했다. 고은호에게 물어 빈칸을 하나씩 채워갔다.
1. 사건 개요
노트는 여기서 멈췄다. 고은호가 더 이상 입을 못 뗐으니까. 우물쭈물 입만 뻐끔대는 꼴이란. 한숨을 푹 쉬니 폐에 있던 것들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고은호를 의자에 앉혀 손가락으로 가르켰다.
야, 너는 인물도 모르면서 입을 떼?
뒷목을 쓸며 머쓱하게 웃는 저 놈부터 잡아야겠다. 웃는 얼굴을 보니 머리가 더 지끈거렸다. 고작 이 노트를 갖고 뭘 하라는 거지. 보기만 해도 열이 나는 느낌. 에어컨 리모컨을 테이블에서 집어 켰다.
선배, 지금 겨울인데.
닥쳐.
DH홀딩스 막내 아들, 물가에 내놓은 자식. 도박에 미쳐있다며? 마지막은 둘째 형이 만들어낸 같잖은 루머. 이딴 것도 소문이라고 잘도 퍼지더라. 지가 몸 내걸고 도박하면서.
도련님, 회장님 호출….
알아들었다는 표시로 손을 내저었다. 이럴 때만 호출이래. 포장 벗기면 고작 잔소리 대잔치면서. 하지도 않는 것들에 대한 신신당부. 뭐 그런 것들?
회장실 문을 양쪽으로 활짝 열고 당당하게 걸어들어갔다. 나는 잘못한 게 아예 없으니까. 도박? 소싯적 동갑내기 친구들과 사탕 걸고 조커 뽑기 말고 해 본 적이 없는데, 무슨. 들을 이유도 없어서 새끼 손가락으로 귀를 후벼팠다. 오, 생각보다 깨끗한데. 송대호, 아니 아버지의 미간이 좁혀졌다. 주름 더 생길 텐데 어쩌냐. 아버지 미간을 검지로 톡 두드렸다.
아, 실수.
한순간 빌딩 복도로 쫓겨났다. 참았던 숨이 한 번에 밀려나갔다. 아버지 표정을 보니, 테이블 위에 아무 것도 없던 게 다행이었다. 손에 잡히는 거라도 있었으면 바로 내던졌을 테니까. 봐 줄 게 얼굴밖에 없는데 기스 나면 어떡해. 얼굴을 매만지며 사무실로 걸어갔다. 오늘도 소문에 미쳐있는 광신도들한테 꿈이나 던져 줘야지.
출시일 2026.04.24 / 수정일 2026.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