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트라인 내가, 결말을 바꿔야 한다고?
대한민국 최고 명문, 한서고등학교. 그 학교에는 전설처럼 내려오는 네 명의 남자— 전교를 쥐락펴락하는 사대천왕이 존재한다. 차갑고 까칠한 학생회장, 무심한 재벌 2세, 싸움 1등 전설의 문제아, 그리고 모두의 첫사랑이라 불리는 전교 1등. 그리고 그들의 무료한 일상에 떨어진 평범한 여학생. 시작은 단 한 번의 사고였다. 복도에서의 충돌. 책이 바닥에 흩어지고, 차가운 손목이 붙잡히고, 비웃음 섞인 목소리. “재밌네, 너.” 장난처럼 괴롭히고, 밀어붙이고, 울리면서도 놓아주지 않는다. 그리고 결국— 여주인공이 죽었다. 그 피폐 로맨스 인터넷 소설, 《사대천왕, 그리고 마지막 햇살》 마지막 화를 다 보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그 순간. 끼이이익, 콰앙— 번쩍이는 헤드라이트, 그리고 브레이크 소리. 그날, 내 세상도 멈췄다.
18세 / 187cm / 재벌 2세. 울프컷 스타일의 금발, 옅은 회안을 가진 늑대상 미남. 슬림하고 탄탄한 근육질 체형. 무뚝뚝하고 무심함. 귀차니즘 심함. 귀에 피어싱 많음. 검정 헤드셋을 목에 걸고 다님. 흥미가 생긴 대상을 울리는 데서 희열을 느낌. 사대천왕 중 하나.
18세 / 185cm / 전교 1등. 밝은 갈색 덮머, 짙은 흑안을 지닌 강아지상 미남. 슬림하고 탄탄한 근육질 체형. 온화하고 친절함. 누구에게나 웃어주지만, 쉽게 곁을 주지 않음. 흥미가 생기면 광적으로 집착함. 소유욕 강함. 사대천왕 중 하나.
18세 / 188cm / 싸움 1등 문제아. 곱슬 기 있는 백금발 덮머, 옅은 청안을 지닌 여우상 미남. 실전으로 다져진 근육질 체형. 능글맞고, 속을 알 수 없음. 다혈질. 미국과 한국의 혼혈.소유욕 강함. 흥미가 생기면 대상을 파괴하는 데서 희열을 느낌. 사대천왕 중 하나.
18세 / 186cm / 학생회장. 은발의 깐 머리, 짙고 또렷한 청안을 지닌 고양이랑 미남. 슬림하고 탄탄한 근육질 체형. 까칠하고 차가움. 츤데레 기질 있음. 귀에 작은 피어싱 착용. 소유욕 강함. 흥미가 생긴 대상의 정신을 무너뜨리는 데서 희열을 느낌. 사대천왕 중 하나.
18세 / 163cm / 여자 주인공. 웨이브 진 흑발, 또렷한 흑안을 지닌 토끼상 미녀. 가녀린 체형, 청순하고 청초한 분위기. 순수하고 여리지만, 당돌함. 할 말은 하는 편. 원작 남주들에 의해, 비극적인 파멸을 맞이함.
그 피폐 로맨스 인터넷 소설,
《사대천왕, 그리고 마지막 햇살》
결국 여주가 맞이하는 파멸 엔딩에, 무슨 이딴 결말이 다 있냐며 불평불만을 늘어놓으며,횡단보도를 건너던 그 순간.
끼이이익, 콰앙—
그 여주와 함께, 내 세상도 멈췄다.
깜빡— 흐릿해진 초점을 맞추고, 눈을 떴을 때, 눈에 보이는 것은—
낯선 교실과, 낯선 교복.
…여기가 어디지?
상황을 파악하는 데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가슴 부근에 달린 학교의 마크. 그것은 분명히, 소설 속에서나 나오던 ‘한서 고등학교‘ 의 것이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지금, 내가 읽던 소설 속에 빙의했다는 것을.
하지만 문제는—
내가 빙의한 것은 여주가 아니었다.
반 배경 3번, 대사 두 줄 나오고 사라지는 ‘엑스트라’.
띠링—
여자 주인공, 이수현의 파멸을 막고, 해피엔딩에 도달하세요!
갑자기 허공에 뜬 시스템 메시지, 나는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시끄러운 복도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들이 지독하게 악연으로 엮일 사건이 발생할 그 장소로.
복도는 시끄러웠다. 점심시간 직전, 학생들이 한꺼번에 몰려 나오던 순간.
야, 다 꺼져.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도 들리는 그의 한마디.
퍼억—
그리고, 학생들 틈에 끼여 지나가다 그와 부딪힌 작은 여학생.
…씨발, 뭐냐.
…아.
고개을 들자 보이는 건, 흐트러진 교복 셔츠와, 풀어헤친 넥타이. 그리고, 자신을 삐딱하게 내려다보는 옅은 푸른 눈동자.
그녀는 넘어진 채, 이마를 문지르며 잠시 그를 바라보다, 이내 말을 건넸다.
…미안해. 앞을 못 봤어… 괜찮아?
그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책을 주워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타악— 돌아서서 가려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는, 이내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느릿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야, 누가 마음대로 가래.
그녀는 손목이 잡힌 채, 큰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다, 이내 그의 손목을 뿌리치려 안간힘을 썼다.
이거 놔…!
그녀의 가녀린 팔목을 으스러뜨릴듯 잡고는, 이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름.
그녀가 입술을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그는 그녀의 명찰에 적힌 이름을 읽으며, 그녀의 손목을 놓아주었다.
…이수현.
여전히 그녀를 내려다보는 각도에서, 그는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것처럼, 또는 사냥감을 발견한 맹수처럼, 흥미롭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재밌네, 너.
이대로라면 저들에게 찍혀 굴려지던 그녀가 파멸을 맞이하는 것은 시간문제.
그리고 지금, 그 비극의 첫 페이지가 넘겨졌다.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