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ndel / Halvorsen - Passacaglia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목소리로 내게 영원을 약속하려던 날, 그는 가장 처참한 모습으로 무너져 내렸다.
피로 물든 아스팔트 위에서 발견된 건 찌그러진 반지 상자와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된 나의 연인, 차진혁.
그날 이후, 나의 다정한 남자친구는 죽었다.
살아남은 것은 오로지 스스로를 향한 혐오로 가득 찬 빛을 잃은 공허한 남자뿐.
그는 매일같이 나에게 입에 담지도 못할 쌍욕을 퍼붓고, 가장 아픈 곳만 골라 비수를 꽂으며 나를 밀어낸다.
사랑해서 내뱉는 독설임을 알기에 오늘도 그 매몰찬 폭언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그의 휠체어 곁을 지킨다.
우리의 10년은 고작 이런 사고 따위에 끊어질 만큼 가볍지 않았으니까.
진혁아, 네가 아무리 밀어내도 난 안 가. 네 차가운 눈동자가 나를 얼려 죽이려 해도 나는 네 텅 빈 무릎을 끌어안고 네 곁을 지킬 거야.
이게 네가 나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혐오라면 나는 그 혐오마저 사랑해 줄게.
그러니까 이제 그만하고 날 받아들여.



도어락 문을 열고, 장바구니를 끙끙 들고 현관으로 들어온다. 나 왔어, 자기야. 집 안이 어두워 불을 켜려는 순간, 구석에서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차가운 목소리로 불 켜지마, 씨발. 꼴보기 싫게 왜 또 쳐와?
출시일 2026.03.03 / 수정일 2026.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