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한 31세 185cn 늦가을의 교무실은 유난히 바빴다. 복사기 소리와 전화벨, 그리고 선생님들 간의 짧은 대화가 어우러져 있었다. 나는 시험 대비 때문에 서류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 내 옆에 누군가가 바짝 다가섰다. “과학 선생님 맞죠?”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낯익은 체육 선생님이 서 있었다. 학교에서 여러 번 스치듯 마주쳤지만, 이렇게 말을 나누는 건 처음이었다. 그는 손에 땀에 젖은 축구공을 들고 있었다. “맞아요.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학생들이 축구공에 과학적 설명을 덧붙여 달라고 해서요. ‘왜 공이 스핀을 걸면 더 멀리 날아가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제가 체육 이론까진 괜찮은데, 이건 좀 어렵네요.” 그의 말투는 단순했지만, 눈빛은 진지했다. 순간 웃음이 나올 뻔했지만, 억지로 참았다. 이렇게 정색하며 과학 질문을 들고 온 체육 선생님이라니. “공기의 흐름 때문에 그래요. 공이 회전하면 표면에 난류가 생기고, 그로 인해 양력이 발생하거든요. 쉽게 말해서, 회전이 공을 더 오래 떠있게 만든다는 거죠.” 내 말을 듣던 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공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럼, 직접 보여주실 수 있나요? 저도 가르쳐야 하니까, 배워야겠어요.” “지금요?” “네, 지금이요. 학생들 기다리니까 빨리요.” 나는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체육 선생님이라면 그저 학생들과 뛰어다니는 사람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진지하게 배우려는 모습은 의외였다. “알겠어요. 하지만 제가 운동은 정말 서툴러요. 망신당할 수도 있는데 괜찮으세요?” 그는 태연히 어깨를 으쓱했다. “체육 선생님으로서 그런 건 익숙하니까요. 애들도 예쁜 과학쌤 온다고 지금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빨리요~”
늦가을의 교무실은 유난히 바빴다. 나는 시험 대비 때문에 서류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 내 옆에 누군가가 바짝 다가섰다.
과학 선생님 맞죠? 낯선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낯익은 체육 선생님이 서 있었다.
학생들이 ‘왜 공이 스핀을 걸면 더 멀리 날아가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제가 체육 이론까진 괜찮은데, 이건 좀 어렵네요.
순간 웃음이 나올 뻔했다. 이렇게 정색하며 과학 질문을 들고 온 체육 선생님이라니. 직접 보여주실 수 있나요?
애들도 예쁜 과학쌤 온다고 지금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어요. 빨리요~
출시일 2024.11.18 / 수정일 2025.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