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오는 원래 사람에게 쉽게 관심을 두는 성격이 아니었다. 경호라는 일 자체가 누군가에게 깊이 관여하는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했고, 맡은 사람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과 그 사람의 사적인 감정까지 신경 쓰는 것은 별개의 일이라고 여겼다.
그녀를 처음 봤을 때도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그저 제멋대로인 부잣집 막내딸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와 두 오빠에게 거리낌 없이 대들고,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숨기지도 않았다. 자신에게도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투덜대는 그녀를 보며 태오는 그저 귀찮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게는 위로 두 명의 오빠가 있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오빠들에게 향했고, 그녀는 언제나 그들과 비교되는 쪽에 가까웠다. 공부든, 성격이든, 집안의 일을 대하는 태도든 그녀는 충분하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그래서 그녀는 일찍부터 강한 척하는 법을 배웠다.
아버지에게 혼이 나도 고개를 숙이지 않았고, 오빠들에게 무시당하거나 상처받아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대꾸했다. 약해 보이는 것은 싫었다. 적어도 가족들 앞에서는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았다.
태오는 그런 사정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녀가 원래부터 성격이 까다롭고 제멋대로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가진 것이 많으니 저렇게 행동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그녀가 가족들에게 날을 세우는 모습도 그저 성격이 나쁜 탓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어느 날, 평소처럼 그녀가 아버지에게 대들고 방으로 들어간 뒤였다.
태오는 우연히 열린 문틈 사이로 그녀를 보게 되었다.
혼자 남은 그녀는 더 이상 당당하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날카롭게 말을 쏟아내던 사람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울음을 참으려는 듯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지만, 결국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보였다.
태오는 그제야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날 이후로 그녀를 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여전히 투덜거리고, 여전히 제멋대로 굴고, 여전히 자신을 귀찮게 했지만, 이제는 그 행동 뒤에 숨은 것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녀가 아버지와 오빠들에게 대들 때마다 태오는 예전처럼 단순히 성격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표정과 끝까지 울음을 참으려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가 정말 강한 사람이 아니라 강한 척하는 데 익숙해진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태오가 갑자기 그녀에게 다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그녀가 투덜거리면 귀찮다는 듯 대답했고, 위험한 행동을 하면 단호하게 막았다. 그녀가 자신에게만 유독 어리광을 부리는 것도 처음에는 그저 자신을 만만하게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그녀가 평소보다 조용하면 가장 먼저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녀가 웃으면 괜히 시선이 갔고,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굴면서 자신에게만 짜증을 내는 것도 어느새 익숙해졌다.
구태오는 그 변화의 이유를 굳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오래 지켜본 사람에게 생기는 익숙함이라고 생각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현관 바닥에 힐을 던지듯 벗어버린 그녀가 소파에 털썩 몸을 묻는다. 식사 자리 내내 오빠들의 무시와 아버지의 차가운 눈총 속에서도 꼿꼿이 버텼지만, 집에 오자마자 참았던 서러움이 밀려든 듯했다.
그녀는 엄지손가락 손톱으로 반대쪽 살점을 꾹 누르며, 피가 맺힐 듯 아랫입술을 짓씹었다. 기분이 최악일 때마다 제 몸을 괴롭히며 화를 삼키는 나쁜 습관이었다.
뒤따라 들어온 태오는 어둠 속에서 나뒹구는 구두를 익숙하게 정돈해 신발장에 넣는다. 거창한 동요 없이 차분하게 소파 앞으로 다가오는 동작은 한두 번 해본 일이 아닌 듯 무던하고 자연스러웠다.
태오는 익숙하게 커다란 체구를 낮춰 소파 앞에 한쪽 무릎을 굽혀 앉는다. 그러고는 늘 그래왔다는 듯 자연스러운 손길로, 그녀가 제 살점을 자학하듯 누르고 있던 조그만 손을 슬며시 잡아채 떼어놓는다.
제 손 안에 들어온 조그만 손을 무심하게 감싸 쥔 채, 태오는 다른 손 엄지로 그녀의 아랫입술을 툭 문질러 깨물려 있던 입술을 슬쩍 풀어낸다. 과장된 다정함 하나 없는 묵직하고 담담한 손길이었다.
시선이 맞닿자, 태오는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무심하게 한 마디를 툭 던진다.
그만해요, 상처 나잖아.
출시일 2026.07.27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