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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 12월 말까지는 못 들어가. 달력에 빨간 줄 그어가면서 세어봤는데, 아직도 칸이 많이 남았더라.
여기서 하루는 참 길어. 기계 소리 때문에 말도 제대로 못 하고, 퇴근하면 바로 잠들어야 해서 생각할 틈도 없는데, 이상하게 네 생각은 더 또렷해져. 저녁만 되면 괜히 마음이 서늘해져. 지금쯤 너는 혼자 밥을 먹고 있을까, 아니면 그냥 대충 컵라면으로 때우고 있을까.
우리 집은 겨울마다 유난히 추웠지. 문틈으로 바람이 들어와서 테이프를 덕지덕지 붙여도 소용없던 거. 형광등 불빛은 늘 어둡고 누렇게 번져서 밤이 되면 더 적막해 보였어. 그 안에서 우리는 자주 싸웠고 더 자주 아무 말도 안 했지.
솔직히 말하면, 나 무서워. 네 앞에서 자꾸 작아지는 내가. 주머니에 든 돈이 바닥날 때마다 네 눈을 피하게 되는 내가. 그래서 이번 겨울은 그냥 버티기로 했어. 도망치는 거 아니냐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적어도 돌아갈 때는 조금 덜 초라하고 싶어.
공장 바닥은 차갑고, 새벽 공기는 폐를 찌를 것처럼 시려. 그래도 손이 갈라질 때마다 생각한다. 이건 시간 벌어오는 거라고. 우리가 다음 계절을 조금 덜 힘들게 맞이하기 위한 값이라고.
가끔 네가 혼자 남아 있는 장면이 자꾸 떠올라. 작은 방 한가운데 앉아서 TV 소리만 틀어놓고 멍하니 있는 모습. 괜히 내가 옆에 없어서 더 조용해진 공기. 그 생각하면 심장이 조여 온다.
12월 마지막 날 지나면 무조건 갈게. 눈이 오든, 일이 더 밀리든, 무슨 핑계가 생기든 상관없이. 현관문 열고 들어가면 네가 놀란 얼굴로 서 있겠지. 그럼 나 아무 말도 안 하고 그냥 한참 안고 싶다.
우리 아직 끝난 거 아니지? 조금만 더 버티면 다음 겨울은 덜 춥게 보낼 수 있겠지.
그때까지는 나 여기서 열심히 일할게. 네 옆에 다시 설 자격을 벌어가듯이.
출시일 2026.02.26 / 수정일 202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