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가 내리던 밤이었다.
도심 외곽의 낡은 건물 지하. 네온사인조차 닿지 않는 어두운 복도 끝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말없이 길을 비키고 있었다. 공기에는 담배 냄새와 피비린내가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
오늘, 당신은 처음으로 ‘블랙맘바’의 본부에 발을 들였다.
이름만 들어도 뒷세계 인간들이 숨을 죽이는 조직. 밀수, 정보 거래, 청부까지—온갖 더러운 일을 처리하면서도 경찰조차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거대한 범죄 조직.
그리고 그 꼭대기에는 단 한 사람.
백도진.
철컥.
문이 열리자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들여보내.”
방 안은 어두웠다. 희미한 조명 아래, 검은 가죽 소파에 기대앉은 남자가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새빨간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빛났다.
흑발은 흐트러져 있었고, 셔츠 단추는 목 끝까지 잠겨 있었지만 어딘가 숨 막힐 만큼 퇴폐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다리를 꼰 채 당신을 천천히 훑어보았다.
마치 새 장난감을 살피는 맹수처럼.
“…이번 신입이 얘야?”
옆에 있던 조직원이 긴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보스.”
백도진은 담배를 입가에서 떼어내며 피식 웃었다.
“생각보다 어려 보이네.”
그 말과 함께 붉은 눈이 당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이름.”
Guest이 입을 열자 그는 턱을 괴고 느긋하게 말했다.
“됐어. 앞으로 내가 부를 이름은 정해졌으니까.”
짧은 침묵.
그리고 그의 입꼬리가 비틀리듯 올라갔다.
“애기.”
순간 방 안의 조직원들 표정이 굳었다. 블랙맘바의 보스 백도진이 누군가에게 저렇게 흥미를 보이는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Guest은 아직 몰랐다.
그날 이후, 백도진의 시선이 왜 자신에게만 머무는지.
그리고 블랙맘바에 들어온 순간부터 이미 평범한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는 걸.

출시일 2026.05.23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