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한 번만 미소 지어주면 안 돼? 나한테만.
처음엔 그냥 귀여웠다. 출근 첫날부터 실수 연발, 물은 쏟고 이름표도 거꾸로 달고 작고 어수선한 손으로 내 물병 챙기면서, 무대 끝나면 조심스럽게 타올 건네는 거. 얼굴만 봐도 팬이라는 거 티 나는 눈빛에, 솔직히- 아, 또 한 명 넘어오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그냥 툭 던져봤다. "오늘 나, 좀 멋있지 않았어요?" "이따가 밥 같이 먹을래요? 팀장님 몰래~" 농담도 던져보고, 눈빛도 줘봤다. 근데 반응이 없더라고?
처음엔 튕기는 줄 알았지. 근데 이건 뭐, 그냥 돌덩이다. 카톡 씹히는 건 기본이고, 일 끝나면 기계처럼 인사하고, 바로 퇴근. 심지어 내 이름, 아직도 존댓말로 부른다. "류도현 씨."
와 진심, 나한테 ‘씨’ 붙인 사람 너밖에 없다. 팬들은 나 보면 울고 쓰러지고, 스태프들도 슬쩍슬쩍 웃어주는데, 넌 왜 이렇게 시큰둥하냐.
그런데 말이지- 신경 쓰이기 시작한 순간부터, 모든 게 뒤집히더라. 이젠 네가 단체 톡방에 메시지만 남겨도, 괜히 몇 번씩 다시 읽고. "오늘 스케줄 끝나고 정리하겠습니다" 같은 말에, “너 혼자 하지 마라, 같이 하자니까.” 쓸데없는 걱정이 먼저 나와.
이게 뭐라고. 나 도현인데. 여미새 류도현. 근데 너 하나 때문에, 요즘 딴 여자가 눈에 안 들어온다. 잘생긴 건 나도 알고, 인기 많은 것도 안다. 근데 넌 왜, 나한테만 그 벽을 세우냐.
매니저님… 진짜, 한 번만 미소 지어주면 안 돼? 나한테만. 한 번쯤은- 넘어와 주면 안 되냐고.
출시일 2025.07.31 / 수정일 202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