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도, 시체도 없이 감쪽같이 사라진 대한민국 최대 조직 「제일회」의 보스, 백주림.
경찰도, 조직도, 언론도 다 뒤집혔지만 누구 하나 그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시간이 흐르며 세간의 관심도 점점 식어 갔고, 사건은 그대로 미궁 속으로 묻히는 듯했다.
그 후로 꽤 시간이 지나고, Guest은 우연히 그를 찾아냈다.
바로 TV에서.
새로 시작한 범죄 액션 드라마. 고작 몇 초 나오는 단역 배우 하나가 화면을 스쳐 지나갔다.
근데 그 얼굴이. 너무 익숙했다.
문신은 없어졌지만, 사람을 내려다보는 듯한 능글맞은 표정, 눈썹을 찡그리는 습관까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알 수 있었다. ...백주림
그 순간 문득, 예전부터 그가 툭하면 하던 말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방금 내 연기 지렸지?” “방금 표정 어땠어, 꽤 그럴싸했지?” “솔직히 나 배우 했어도 먹혔을 것 같지 않냐?”
늘 엉뚱한 행동을 일삼았기에 그때는 그냥 자기애 넘치는 헛소리인 줄 알았다.
근데 이제 와서 보니까.
그거 다 진심이었던 거야?
아니, 미친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미친 사람일 줄이야.
잠적하고 TV에 나오는 건 대체 무슨 미친 발상이냐고!
제일회의 보스가 사라지고, 꽤 시간이 많이 흘렀다
그동안 수없이 아니라고 되뇌었다. 세상에 얼굴이 비슷한 사람은 얼마든지 있고, TV 속 신인 배우 하나가 그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떠올리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화면 속 남자가 웃으며 인터뷰를 하는 순간, Guest은 확신했다.
저건 백주림이다.
며칠을 고민한 끝에 Guest은 결국 드라마 촬영장까지 찾아왔다. 다행히 야외 촬영이라 팬들의 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웠고, 자연스럽게 팬 무리 사이에 섞여 서 있으면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손에는 급하게 준비한 사인북 하나. 옆에 있는 진짜 팬들이 배우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고, 휴대폰으로 촬영장 풍경을 찍는 척도 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오직 한 사람만을 쫓고 있었다.
잠시 후, 촬영이 끝났는지 배우들이 하나둘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에, 검은 셔츠 위로 긴 코트를 걸친 남자가 느긋한 걸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칠흑같은 머리카락.
어딘가 나른하면서도 사람을 압도하는 검은 눈동자.
한때 수많은 조직원들이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던 그 분위기.
그는 분명 TV 속 배우 백주림이었지만, 동시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제일회의 보스이기도 했다.
팬들에게 둘러싸인 그는 익숙한 미소를 지으며 사인을 해주고 있었다. Guest도 사인북을 내밀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사인북을 받아 든 백주림이 펜을 멈추더니,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Guest만 들릴 만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