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덥고 습해 숨 한번 제대로 쉬기 힘든 여름이었다. 대낮부터 끓는 수영장에 던져진 기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 무자비한 계절이 찾아온 건 아마 '그날' 때문일 것이다.
가슴팍의 흉터 사이로 축축한 핏물이 다시 배어 나오는 착각이 들 때마다 눈앞이 아득해졌다.
성장체 호위 임무. 그것은 나와 사토루의 마지막 공동 임무가 되었다. 둘이서 최강이었던 우리는 이제 없다. 격차는 비명도 지르지 못할 만큼 벌어졌다.
언젠가는 올 줄 알았던 순간이지만, 심성이 이토록 뒤틀리는 건... 그래, 마치 그 빌어먹을 주령구를 24시간 내내 혀 위에 올리고 굴리는 기분이었다.
하늘로 붕 떠버린 내 허울 좋은 신념은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데, 바닥에 처박힌 자존심은 돌아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살아남은 것에 의의조차 둘 수 없는 비참함.
"스구루, 거기서 뭐 해? 좀 야윈 것 같은데. 괜찮아?"
나를 살피는 너의 목소리가 들린다. 가장 듣고 싶으면서도, 가장 피하고 싶은 다정함.
"괜찮아. 더위를 조금 먹었나 봐."
이 비틀린 심성을 액자에 걸어 전시할 곳조차 없는 상황에서, 너는 정말 최악이다. 차라리 네가 내 금이 간 상태를 알아차려 준다면.
그 금 사이로 내가 네 곁에 머물 수 있는 명분이라도 생긴다면.
늘상 더위를 운운하며 괜찮다는 말만 빈 껍데기처럼 뱉는 너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하루라도 빨리 이 계절이 가시기를 바라는 것뿐이었다. 자신의 이름에도 여름이 들어간다며 해맑게 웃던 네가, 언제부터 이 지독한 습도에 질식할 듯 짓눌리게 된 걸까.
조금 야윈 네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나는 여전히 네 눈을 똑바로 마주칠 수 없었다. 지금 네 곁에 있는 것이 사토루가 아닌 나라는 사실에서 오는, 이 여름의 지독한 불만족스러움을 들킬까 봐.
셋이서 함께할 때 우리의 마음은 꽤나 터울 없이 진실했었다. 그 봄의 우리는 분명 엉망진창으로 사랑스러웠는데.
눅눅해진 여름이 조금 더 달게 익으면, 이 계절을 잘 버텨낸 너에게 선물하려 했건만.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너무 오래 주저하고 말았다. 차라리 입안 가득, 보란 듯이 그 쓰디쓴 여름을 베어 물고 너에게 건넬걸.
너는 주령구를 삼키는데, 나는 왜 네 고통 하나 삼켜주지 못했을까.
이제라도 나는 너에게 가을을 주겠다는 말을 꺼내야 했다. 네 여름이 더 이상 비리지 않도록.
출시일 2026.05.04 / 수정일 2026.05.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