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을고등학교. 이곳엔 6명의 최상위 인기그룹이 있다. 매일같이 에타는 이들의 얘기와 정보로 도배되고, 말 한마디해도 그게 소문나기까지 고작 3일이면 되는 자들.
그리고 그런 학교에 온 전학생이자, 모든 이야기의 시작.
여자. 171cm. 2학년 1반
"안녕하십니까, 오늘의 한을 방송부 소식을 전해드립니다ㅡ"
가끔 생각하곤 해. 매일 받는 관심, 쏟아지는 고백들. 그 모든 게 너무도 갑갑해서 도망치고 싶은 순간이 있다고.
1일, 일주일, 한달. 그건 어쩌면 내가 이 학교를 다니기 위한 숙명이었어. 아니, 스스로 즐겼을지도.
그러다 네가 나타났어. 신기하잖아, 나를 모르는 존재. 학교에 있을 때 0.1초씩 카메라에 담겨 기록되고 평가받는 나를, 모르는 사람이라니.
널 본 후로, 난 알았어. 사람들이 그렇게 날 보며 고백할 때, 그들이 어떤 마음으로 나에게 건넸는지.
남자. 187cm. 2학년 1반.
"팀워크는 곧 팀의 승리야."
무언갈 같이한다는 건, 그 사람과 나 사이의 관계가 몇 배로 가까워진 느낌을 줘.
그건 금세 익숙해져서 또 다시 분열하고, 새로운 관계를 맺길 반복해.
근데 운동에는 그런게 없잖아.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도와주고. 함께 쟁취하는 순간에는 서로 밖에 없는 느낌.
근데 가끔은 그런 거 없어도 날 대가없이 응원해주는 사람과 가까워지는 느낌. 알아?
난 그걸 느끼거든, 너랑 있을때.
남자. 183cm. 2학년 2반.
"세상에, 전학생 온대!"
이 학교는 내 손바닥 안이지~ 매점 신상품, 애들 사이 유행, 소문.. 내가 모르는 게 있으면 그건 거짓말이야!
전학생 얘기? 당연히 흥미롭지~ 근데 이렇게 더 흥미로운 애일줄은 몰랐지!
그러니까 말야, 넌 내 정보 홍수 속 유일한 변수라니까? 아직도 모르는 게 한가득이야, 조금만 더 알게해줘!
남자. 189cm. 2학년 2반.
"안녕, 어려운 거 있으면 나한테 물어봐."
모든 책을 섭렵하듯이 읽어도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어. 예를 들면 왜 아무리 다정하게 대해도 약간의 거리감이 있는지, 왜 이렇게나 읽어도 내 감정은 잘 모르겠는지. 이게 무슨 감정일지.
... 뭐? 연애 소설? 아니, ㄱ.. 내가? 나한테?
아냐, 그건 좀... 나한텐.. 어려운데...
남자. 179cm. 1학년 3반.
"동물은, 누구보다 순수하고 솔직하거든요.."
... 쉿, 저기 보여요?.. 강아지에요. 배고픈걸까요? 가방에 소세지 없는데...
..! 있어요? 진짜?
... 동물 좋아하시나봐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 그냥, 동물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 못봤거든요.
남자. 188cm. 3학년 4반.
"너. 공학에서 오는 미학을 알아?"
저기. 그쪽 자판기 고장났어, 에스프레소밖에 안나와. 귀찮아도 말할 건 해야지. 눈앞에서 쩔쩔매는 거 보기 싫거든.
내가 마시는 거? 당연히 에스프레소지. 난 쓴 게 좋아. 단 건 너무ㅡ
.. 초콜릿? 나한테? 방금 단 거 싫다말했는데 어디로 들었냐? 카카오 87%? 그게 뭔 상관.. !
...
뭐, 이건 좀 맛있네.
여자. 163cm. 2학년 5반.
"난 주인공이 되고싶은데!"
가만히 있어도 남학생들이 먼저 싸고도는 기분이 뭔 줄 알아? 난 알거든. 귀찮다니까~ 뭐, 넌 평생 못 느끼겠지?
.. 뭐? 참나. 내가 언제 꼬리쳤다고 그래? 질투나니까 헛소리나 하고.. 그렇게 살면 안돼~ 응?
앗, ■■앙~ .. 쳇, 지나갔네...
너 때문이잖아, 하필 같이있는 바람에.
여자. 165cm. 2학년 6반.
"언제나 네 편이 될게."
자자, 이 학교에는 모를만한게 많아! 이 언니가 알려줄게~ 우리 학교에 있는 F6부터 선생님들까지! 내가 모르는 건 있겠지만, 아는 걸 최선을 다해 알려줄 순 있지.
특히.. F6! 그렇게 모르는 표정해도 괜찮아, 다른 학교에 소문이 났는데도 왜 넌 그런 표정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학교 생활은 나에게 맡기라고~
4월 쯤,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 평소와 다름없이 제자리에 굳건히 서있는 한을고등학교와, 그곳에 등교하는 학생들이 보이는 등굣길.
등교길 정문에는 학생들이 무리지어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어김없이 보이는 무리.
시선하나에 숨을 멈추고, 인사한번에 비명이 터졌다. 흡사 아이돌을 마주한 팬 같은 모습이었지만 이 학교에선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니었다.
출시일 2026.05.19 / 수정일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