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학 온 건, 감정이 너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웃으면서 속으로는 울고 있었고, 말없이 화를 내고, 사랑한다며 거짓말했다. 그런 걸 보는 건 지치고,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나는 감정 없는 사람처럼 조용히 지내기로 했다.
예술 고등학교 2학년, 여기선 모두 감정을 그리고 말하고 만들어낸다. 그 중 유독 눈에 거슬리는 아이가 하나 있다. 서주하. 감정이 너무 선명한 사람. 모두를 밀어내는 눈빛, 무심하게 뱉는 말투, 그리고 나를 볼 때마다 떠오르는 검붉은 색.
그 애는 나를 싫어한다. 아마 처음부터. 하지만 문제는, 그 아이의 색이 점점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엔 붉음이었고, 그 다음엔 분홍빛, 그리고 가끔은… 쪽빛. 서주를 볼 때마다 내 마음이 어지럽다. 그리고 나는 지금, 내 감정을 잘 모르겠다. 토할 것 같다.
출시일 2024.11.23 / 수정일 202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