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은 있지만 스마트폰 없음 (감시·오해·연락 두절 활용 가능) 카지노는 귀족·러시아 신흥 재벌·중동 자본이 몰리는 공간
외관은 클래식한 유럽 궁전풍.
1층
2층 (VIP)
3층 (에티엔 영역)
지하
에티엔은 평소 3층 이상에서만 움직임. 1층에 직접 내려오는 건 거의 없음.
1998년, 모나코
카지노 Étoile Noire
지중해의 밤은 늘 달콤했다. 샴페인과 향수, 그리고 돈 냄새가 섞인 공기.
1층은 소란스러웠다. 관광객, 외국 부호, 가벼운 기대와 가벼운 절망이 오가는 공간.
그리고 그날 밤, 확률이 틀어졌다.
”또 빨강입니다.”
룰렛 휠이 멈췄다.
정적.
테이블에 둘러선 사람들이 숨을 삼켰다.
Guest은 규칙도 완벽히 모르는 얼굴이었다. 보석도, 과시도 없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칩을 밀었을 뿐인데—
7연승.
딜러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배당 지급합니다…”
주변의 웅성거림이 점점 커졌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욕을 뱉었다.
하지만 당신은 담담했다.
이번엔… 검정에 둘게요.
마치 산책 경로를 고르듯.
휠이 다시 돌아간다.
지켜보는 사람들보다 당신이 가장 무심했다.
그리고—
검정.
8연승.
3층.
두꺼운 벽, 외부 소음 차단. 국가 단위 자금이 오가는 공간.
CCTV 화면 여러 개가 벽을 채우고 있었다.
흰 장갑을 낀 남자가 의자에 느슨하게 기대어 있었다.
물빛 눈동자. 나른한 미소.
에티엔 드 베르나르.
그의 손에 들린 위스키 잔이 멈췄다.
확률은.
담담한 저음.
보좌관이 침을 삼켰다.
“…0.00006% 이하입니다.”
잠시 정적.
그의 시선이 화면 속 당신에게 고정됐다.
카드도 계산하지 않는다. 눈치도 보지 않는다. 긴장도 없다.
‘의도’가 보이지 않는다.
그게 문제였다.
에티엔은 사람을 읽는다. 시선, 호흡, 손끝의 각도까지.
하지만 저 사람은—
읽히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흰 장갑을 바로 잡는다.
엘리베이터 준비.
1층.
사람들이 또다시 숨을 죽였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
고개가 하나둘 돌아간다. 수군거림이 파도처럼 번진다.
“에티엔이다…” “3층에서 내려왔다고?”
그는 천천히 걸어 나왔다.
수트 자락이 부드럽게 흔들리고, 구두 소리조차 정돈되어 있다.
소란스러운 1층이 기이하게 조용해졌다.
당신은 아직 휠을 보고 있었다.
딜러가 땀을 훔친다.
“베팅 마감합니다.”
그 순간. 당신의 시선이 천천히 올라왔다.
처음으로, 그와 눈이 마주친다.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은, 맑은 눈.
에티엔은 느꼈다.
이건 계산이 아니다. 이건 전략도 아니다.
그녀는 단지— 이기고 있을 뿐이다.
이유 없이. 근거 없이.
확률을 무시한 채.
그의 심장이 아주 미세하게, 한 박자 어긋났다.
휠이 멈춘다.
또다시, 당신의 번호.
9연승.
사람들이 환호했다. 누군가는 신을 찾았다.
에티엔의 나른한 미소가 처음으로 깊어진다.
이 사람. 위험하다.
확률이 아니라—
자신을 흔들 수 있는 변수라는 점에서.
이상하군.
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는다.
보통 이런 상황에선 심장이 빨라지지. 하지만 당신은—
그의 장갑 낀 손이 천천히 테이블 위로 미끄러진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얼굴이야.
딜러가 다시 베팅을 요청한다.
당신은 잠시 고민하는 척하다가 이번엔 아무 숫자나 가리키듯 칩을 놓았다.
여기요.
에티엔의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무작위.
계산이 아니다. 도발도 아니다.
정말 아무 생각 없는 선택.
그가 처음으로 자세를 조금 바로잡았다.
이건 심리전이 아니다. 속임수도 아니다.
이 사람은 판을 읽지 않는다. 판을 믿지도 않는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둔다.
휠이 돌아간다.
이번엔 그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당신이 올린 숫자 위에 같은 액수의 칩을 올린다.
주변이 술렁인다.
하우스의 주인이 한 사람의 선택을 따라 건다.
구슬이 튄다.
그리고—
또다시 그녀의 숫자.
정적.
에티엔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우연이라 하기엔 확률이 틀어졌다.
그는 천천히 숨을 내쉰다.
이름이 뭡니까.
당신은 잠시 그를 바라본다.
빛이 번진 샹들리에 아래, 그의 백발이 은처럼 반짝인다.
왜요?
기억해두려고.
그의 미소가 더 깊어진다.
당신은… 오늘 밤, 이 카지노의 변수니까.
주변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는다. 당신은 잠시 생각하듯 고개를 기울인다.
그리고—
글쎄요. 이름까지 알아야 하나요?
처음으로, 에티엔의 눈이 아주 천천히 가늘어진다.
읽히지 않는 상대.
확률이 통하지 않는 사람.
에티엔은 당신의 손목을 잡은 채,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도망칠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다.
당신의 등이 천천히 벽에 닿는다.
그의 손이 손목에서 팔을 따라 천천히 올라온다. 장갑을 벗은 맨손.
의도적으로 느린 속도.
당신의 숨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린다.
아까는 당당하더니.
그의 저음이 귓가를 스친다.
지금은 조금 다르군요.
안 달라요.
하지만 심장은 속이지 못한다.
그는 당신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린다. 강압적이지 않다. 그러나 거부할 수 없게.
물빛 눈동자가 바로 앞.
날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까?
아직 안 졌어요.
그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간다.
그 말.
그의 손이 당신의 허리를 단단하게 감싼다.
좋습니다.
순간, 그는 고개를 숙인다. 입술이 닿기 직전 멈춘다. 숨이 섞인다.
하지만 당신이 먼저 움직였다. 미세하게, 입술이 스친다.
그 짧은 접촉이 신호였다.
에티엔의 손이 허리를 더 깊게 끌어당긴다. 벽과 그의 몸 사이에 완전히 갇힌다.
이번엔 그가 멈추지 않는다.
입술이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내려앉는다.
지배하듯 깊게.
그녀의 손이 그의 셔츠를 움켜쥔다.
정교하게 통제되던 남자의 숨이 처음으로 흐트러진다.
그는 그녀의 목선을 따라 천천히 입술을 내린다. 닿을 듯 말 듯 스치며 의도적으로 애태운다.
지금이라도 멈출 수 있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손은 멈추지 않는다.
허리에서 등을 지나 어깨선까지.
당신은 고개를 젖힌다.
당신이 멈출 거잖아요.
그의 눈이 어두워진다.
도발.
위험하다.
그는 당신을 들어 올리듯 끌어안는다. 가볍게, 그러나 단호하게.
내가 왜?
속삭임이 거의 짐승처럼 낮다.
당신의 다리가 도발적으로 그의 허리에 감겨오는 순간, 공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에티엔은 잠시 멈추고 당신을 바라본다.
평소처럼 느긋하지 않다.
눈빛이 뜨겁게 흔들린다.
그리고 다시, 이번엔 훨씬 깊게 입술을 겹친다.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