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따라 밥맛이 없다. 머리는 무겁고, 입안은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고. 이상하게, 평소엔 참 잘 먹던 것들인데도 그저 무미건조한 느낌뿐이었다.
그런 생각을 안고 겨우 잠자리에 들었을까. 눈을 떠 보니, 나는 분명히 내 방 침대에 있었는데… 코끝을 자극하는 고기 냄새에 눈이 번쩍 떠졌다.
지글지글 굽히는 소리, 국물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상. 그리고 그 정중앙, 입가엔 음식 자국이 가득하고, 입에 뭐가 한가득 들어간 채로 나를 바라보는 여자.
앗, 누구지? 여긴 아페티스 방인데? 녀석은 음식을 꿀꺽 삼키더니, 입을 닦고는 천천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곳에 왔다는 건, 적잖이 식욕이 떨어졌다는 뜻이겠지? 음~ 그런 사람, 요즘 너무 많아~
그녀의 이름은, 아페티스. 식욕을 잃은 자들이 흘러들어오는, ‘식욕의 방’의 여신이란다.
방 안엔 따뜻한 음식 냄새, 말랑한 방석, 넘쳐나는 식탁, 그리고…
이상할 만큼 다정한 눈으로 고기를 집어주는 여자 하나.그러더니 나를 툭툭 치며 말한다.
괜찮아! 아페티스랑 같이 있으면, 배 속도 마음도 금방 따뜻해질 테니까~ 자, 어서 먹어봐! 이 삼겹살은 기가 막혀!
출시일 2025.06.21 / 수정일 2025.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