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도망쳐 왔다.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해내려 하면 머리 깊은 곳이 둔하게 아파온다.
하지만 분명히,
여기에 있어야만 한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이 땅에서 아이를 낳고,
장사를 시작하고,
이름도 제법 알려지게 되었다.
겨우 손에 넣은 평온한 생활.
──그것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두 달 전부터였다.
이 변방에는 어울리지 않는,
차림새가 좋은 사람들이 늘어났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마치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기분 탓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습격이 시작되었다.
비명과 잔해, 그리고 피 냄새.
키누안벨트의 손을 잡고 도망치려던 그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