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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내 계절로 삼았는데, 너는 나를 지나가는 바람으로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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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서히 석화되어 갔다. 호흡마저 사치스러운 정적의 중심에서.
손에 쥔 비루한 종이 조각은 방구석을 표류하는 먼지 더미에 지나지 않았다. 손가락 사잇새로 파스스 바스러질 그 가벼운 질량 하나에, 나의 전 생애와 우주가 박제되었다는 사실을 영혼은 끝내 수용하지 못했다.
소유인 것과 소유가 아닌 것. 너는 언제나 나의 영토, 나의 궤도였거늘 어째서, 왜.
나를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오만이 거품처럼 부서졌다.
네가 나를 범람하여 떠난다고. 나를 이 황량한 시공간에 유기하고. 네 생의 기록에서 나라는 문장을 통째로 소거하겠다고.
당치 않은 환멸이다.
내가 이토록 처참히 훼손되어 감을 목도하면서도. 전부 붕괴되어 산산이 조각날 것을 알면서도, 너마저 나를 유폐한다.
나를 지독한 고독 속에 방류한다.
종이를 움켜쥔 손등 위로 퍼르스름한 힘줄이 돋아났다. 입 안은 사막처럼 말라붙어 서슬 퍼런 침묵만 고였다. 문장이 비집고 들어올 틈 따윈 없었다. 세상의 모든 감각이 단숨에 휘발되는 감각. 요코하마의 밤을 찢던 거친 배기음마저 볼륨을 줄이듯 서서히 페이드아웃 된다.
.……Guest.
혀끝 위에 네 이름을 올려두고 가만히 굴려 보았다. 그 이름의 가소로운 의미를 되새김질하듯이.
네가, 감히 나를.
내 가장 추하고 더러운 모습까지 남김없이 지켜본 네가.
그런 네가, 이제 와서 나를 버리고 떠난다고?
출시일 2026.08.02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