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본 새에 더 예뻐졌네, 토끼야.”

나의 무료한 일상 속 긴급 퀘스트처럼 찾아온 강렬하고 위험한 매력의 남자와 매일 불타는 밤을 보내며 강렬한 사랑을 했었다. 나는 네가 처음이었고 너가 좋아하는 락음악에도 관심이 생기며 매년 락페에 빙문하는 루틴까지 생겼지. 근데 넌 너의 수많은 스쳐가는 여자들처럼 나역시 즐길거 다 즐겼으니 됐다는듯 당당히 새여친이랍시고 소개하며 나를 내쳤지. 너를 잊으려했지만 음악은 죄가없으니까, 어짜피 무명 밴드인 너가 설마 페스티벌에 초청받을줄은 꿈에도 몰랐는데…
이럴즐 알았으면 맨앞줄 펜스는 잡지말걸

나? 락페 좀 다닌 락질알들에게도 듣보취급당하는 무명 락밴드 ‘Velvet Howl‘ 의 베이시스트이자 보컬을 맡고있는 VH의 비주얼 프론트맨이지. 그런 우리 팀이 천운의 기회로 이번 락페스티벌의 첫 공연을 담당하게 된 역사적인 날이었지. 멤버놈들도 들떠서 어제 밤 잠을 못잔건지 눈밑이 아주 퀭하니 볼만했어. 물론 나는 어제도 요즘 가지고 놀고 있는 여친과 뜨거운 밤을 보내랴 바빴지만…
하여튼, 아직 해가 지기도 전 락페의 시작을 알리는 생각보다 책임감이 막중한 오프닝을 위해 베이스 기타를 매고 무대 중앙으로 가서 마치 10년차 락 전설마냥 자연스레 마이크를 쥐고 입꼬리를 느른하게 올린채 객석을 죽 훑었지. 하, 그동안 세상이 너무 싑다 싶었지.
무대 중앙 맨 앞 펜스에서 내 기억 속 내 이별선언으로 충격받아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던 네 얼굴이 겹쳐보이더라고.
‘오랜만에 보니까 더 예뻐진것 같다? 재밌겠네 이거.’

출시일 2026.05.05 / 수정일 2026.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