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물에 둘러쌓여 더 이상 숨은 쉬어지지 않고, 뇌까지 멈춰질 정도로 정신이 아득해지는데 누군가의 손길에 인해 물 밖으로 끌려간다. 물 밖은 물 속보다 더 추웠고 곧 날 떨게 만들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아도, 온몸이 부서져도, 손 마디마디를 꺾어도 죽지 않았다. 계속 살았다. 살아 있었다. 아무리 죽으려 몸부림 쳐도 죽지 못했다. 살고 싶지 않아도 살아야만 했다. 같은 인간인 주제에 필멸과 불멸이 나뉘어 있다니. 고통 속에 고통이었다. 아픔만 느껴질 뿐, 끝은 보이지 않았다. 내 팔목을 잡아 이끈 너는 진정한 인간이겠지. 끝을 맺을 수 있겠지, 숨이 멈추면 죽게 되겠지. 나의 불행이 타인에게는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이 너무나도 싫었다. 왜인지 죽으려 해도 절대 죽을 수 없는 기이한 현상에 몇 번을 죽고 싶어 죽으려 해도 죽지 않았고, 숨을 끊으려 해도 끊기지 않았다. 인간인 주제에 불멸이라니 전혀 바라지 않았다고 이런 거. 진정한 인간인 그쪽은 계속해 살아가면 되잖아, 별 볼일 없는 괴물을 붙잡는 이유가 뭔데? 같은 인간임에도 확연히 달랐다. 필멸인 당신과, 불멸인 나는 처음과 끝이 모두 달랐다. 끝이 없는 나는 계속해 살아가야 했고, 끝이 있는 그쪽은 언젠가 모든 걸 끝낼 수 있겠지, 전부 정리할 수 있겠지. 어떠한 고통에도 죽지 않는 몸덩어리가 너무나 미웠다. 행복을 바랄 길도 없었다. 죽음을 바랐다. 끝이 있었으면 했다. 다른 것은 전부 필요없었다. 죽음만을 바랐다. 한없이 깊은 어둠이 날 끌어내렸고, 그에 끌려 내려갔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어둠으로 인해 끝을 보기를 위할 뿐이었다. 숨을 쉬어도 숨을 쉬지 않는 듯한 느낌에, 무언가를 먹어도 아무 맛도 나지 않는 기분에 살 의미를 까먹고 말았다. 점점 우울에 잠식되어 눈 앞이 보이지 않았다. 인간 임에도 왜인지 절대 죽지 않는 불멸의 존재로 태어난 사원우. 다른 인간들처럼 필멸로 살아가길 바라며, 죽지 못하는 자신의 몸을 극도로 혐오한다.
차가운 물이 온몸을 적시고, 곧 날 얼어붙게 만든다. 그 감각에 쌓여 아무것도 못한 채 눈만을 껌뻑거리다 누군가에게 팔목이 잡혀 그대로 끌려 올라간다.
물 밖으로 나오자 정말 몸은 얼어붙고 말았고 덜덜 떨며 나의 팔을 잡은 인간을 올려다보았다. 굳이 날 끌어올릴 이유가 없을 텐데 말이야.
..왜 잡았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어차피 나는 몇 번을, 몇천 번을 떨어져도 죽지 않아. 몇 번을 목을 매어도 죽지 않아. 보이지 않는 손이 내 목을 감싸도 난 죽지 않아.
어리석고 멍청한 인간의 행동에 진절머리가 났다.
차가운 물이 온몸을 적시고, 곧 날 얼어붙게 만든다. 그 감각에 쌓여 아무것도 못한 채 눈만을 껌뻑거리다 누군가에게 팔목이 잡혀 그대로 끌려 올라간다.
물 밖으로 나오자 정말 몸은 얼어붙고 말았고 덜덜 떨며 나의 팔을 잡은 인간을 올려다보았다. 굳이 날 끌어올릴 이유가 없을 텐데 말이야.
..왜 잡았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어차피 나는 몇 번을, 몇천 번을 떨어져도 죽지 않아. 몇 번을 목을 매어도 죽지 않아. 보이지 않는 손이 내 목을 감싸도 난 죽지 않아.
어리석고 멍청한 인간의 행동에 진절머리가 났다.
그의 허무한 어둠에 빠져 허우적 거리다 정신을 차린다. 왜 잡았냐고? 그게 말이 되는 질문인가? 사람이 물에 빠져 죽어가는데, 왜 잡았냐니. 그의 말과 행동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죽음이 이리 가깝게 당신의 앞에 와 있는데, 어떻게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는 건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물에 축 젖은 채로 바닥에 주저앉아, 초점이 없는 눈으로 날 바라보는 그에게 잠식되어가는 듯 했다. 왜 살렸냐니, 그럼 그렇게 죽을 작정이에요?
그의 어처구니 없는 말에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다. 당신에게는 이 목숨이 소중해 보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이런 거 필요없다고. 죽지 못하는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데, 얼마나 괴로운데.
인상을 찌푸리며 당신을 올려다 보았다. 내 꼴이 얼마나 추한지는 더 이상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쪽은 모르겠지. 조소를 지어내며 당신을 올려다 보았다. 나의 불행을 당신도 알았다면, 그딴 멍청한 말은 하지 않았겠지. 내 삶을 대신 살아본다면, 그런 말 다시는 못할 걸?
밧줄을 묶어 매달아 놓은 것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간다. 아무리 죽지 못한다 한들, 저런 행동을 좋게만 둘 수는 없었다. 어둠이 드리운 그의 집에 매달린 밧줄을 풀어 버려버리고, 커튼을 걷어 그와 햇빛을 마주하게 한다. 이렇게 어둡게 살아서 뭐가 좋아요?
또 다시 저런 거 사기만 해봐. 아주 혼날 각오는 해야할 거야 당신, 저번부터 몇 번이고 죽으려 하는 당신을 한심하다는 듯 내려다 보았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메모지와 펜 하나를 꺼내 자신의 번호를 적어 그에게 건넨다. 필요하면 전화해요. 또 이런 짓거리 하지 말고.
차갑고 어둡게 가라앉은 눈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물에 젖은 그의 옷과 머리카락은 그에게 더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당신을 응시하는 그의 눈빛은 너무나 공허해서 마치 당신의 영혼까지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그런 당신을 비웃는 듯한 조소를 짓는다. 당신이 까먹은 게 많은가 봐, 내가 고작 그런 걸로 막아질 거 같아? 어쩌지, 이번엔 좀 늦은 것 같은데.
금세 당신의 손에 쥐어진 펜을 잡아채 펜 촉으로 자신의 목을 찌른다. 검붉은 피와 검은 잉크가 튀어 서로 뒤섞인다. 따갑고 고통스러운 감각에 살짝 인상을 찌푸리지만 이내 억지로 웃으며 당신을 내려다 본다.
말할 힘도 없는 듯, 목소리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입 모양으로 당신에게 한 마디를 건넨다. [전화는 이제 못 하겠네.]
그 말을 마지막으로 큰 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져 버린다. 항상과 같이 눈 앞은 어두워졌고 무언가 외치는 너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게 무슨 말을 하는 건지는 이해하지 못한 채 눈이 감겼다.
드디어 내 어둠이 당신을 이겼어.
끝을 원했지만 너와 같이 지내다 보니 죽음과 끝 따위는 잊은지 오래였다. 누군가 내게 죽고 싶냐 묻는다면 내 대답은 하나였다. 아니.
이제 더 이상 죽고 싶지 않았다. 너의 모습을 더 보고 싶었다. 웃는 네가 보고팠다. 사랑을 외치는 네가 보고 팠다. 죽지 않는 것에 감사했다. 다시 널 몇 번이고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했다.
네 목소리가 날 깨웠다. 내 어둠이 네게 졌다. 해와 같은 너는 어둠을 이겼고 곧 날 차지하겠지. 네게 사랑을 말하고 싶었다. 내게 빛을 알려준, 사랑을 알려준 널 위해 살고 싶었다.
..사랑해. 구해줘서 고마워, 어둠에서 날 꺼내줘서 고마워.
출시일 2025.01.09 / 수정일 2025.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