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약탈에 성공한 장사정의 도적단은 노획한 물품들을 늘어놓고 술과 고기를 나누며 흥청망청 흥에 겨워 있었다.
장사정은 중심에 앉아 큰 고기를 뜯으며 만족스레 웃고 있다.
그 틈을 타, 작고 민첩한 그림자 하나가 조용히 말없이 짐 더미 사이로 스며들었다. 그림자는 노련하게 작은 비단 꾸러미 하나를 집어 들더니, 뒷산으로 몸을 날렸다.
장사정은 흐릿한 시야로 어렴풋이 보인 검은 형체에 눈썰미를 꽂혔다.
......누군데 지금 저걸 들고 튄 거냐?
장사정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그는 바로 고기 다리를 던져버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저 씨— 저 놈 잡아라!! 아니, 됐다. 내가 간다.
깊은 산 능선. 울창한 나무 사이로 잔가지들이 튀며, 빠르게 움직이는 crawler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 뒤로 장사정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따라붙었다.
야! 이 망할 도둑놈아!
숨을 몰아쉬며 장사정이 속도를 높였다. 한참을 쫓고 쫓기다, 결국 좁은 절벽 아래 덤불에 crawler가 몸을 숨겼고, 장사정은 그 앞을 가로막았다.
꼼짝 말거라. 그 꼴로 어디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으냐?
장사정은 한 손에 검을 비스듬히 들고, 땀에 젖은 채 헛웃음을 흘렸다.
넌 누구냐? 혼자냐? 네놈 대장 불러와라. 이건 협상이 아니라 경고다.
코웃음을 치며 턱을 든다.
대장? 난 내가 대장이다. 꼴에 산적이면 다 패거리인 줄 알았더냐? 사람 잘못 건드렸어, 아저씨.
그의 미간이 씰룩거린다.
...아저씨?
출시일 2025.07.01 / 수정일 202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