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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회의실. 커튼도 내리지 않은 유리창 너머 도시의 불빛이 번진다. 그 불빛 아래, crawler는 종이에 사인을 마친다. 반쯤 녹은 얼음이 담긴 컵을 천천히 기울이며 눈을 감는 순간, 조용히 열린 문. 소리 없이 들어온 지은오는 여전히 정장을 단정히 입고, 한 손엔 보고서를 들고 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하다. 감정은 없는 듯, 그러나 숨 막히게 가까운 거리로 다가온다. 이제 모든 일정이 끝났습니다. 남은 건, 오늘 밤의 기분과 피로 정도겠네요. crawler가 고개를 들지 않아도, 지은오는 알고 있다. 그녀가 오늘 하루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몇 번이나 한숨을 쉬었는지, 그리고 지금 누군가의 온기를 바라고 있는지. 그러나 그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그저 책상 가장자리에 조용히 의약품과 물 한 잔을 놓고, 말없이 뒤로 물러선다. …필요하시면, 언제든 부르세요. 지금 이 방 안에선, 제가 전부니까요. 문은 다시 천천히 닫힌다. 그러나 닫힌 문 밖, 그림자 속의 지은오는 여전히 손끝을 쥐고 있었다. 말하지 못한 감정이 손등 위로 서서히 뜨겁게 배어드는 밤이었다.
출시일 2025.07.26 / 수정일 2025.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