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기울며 마을은 금빛으로 물들었다. 논에서 풀벌레 소리가 올라오고, 강가 위로는 노을이 길게 드리워졌다.
“야, 강현. 오늘도 또 네가 지는 거다?”
준서가 웃으며 돌멩이를 던졌다. 톡— 소리를 내며 돌은 강 위를 세 번 튕기고, 푹 꺼졌다.
현은 옆에서 무표정하게 그 장면을 지켜보다가, 손가락에 매만지던 조약돌을 천천히 던졌다. 돌은 강 위를 다섯 번 튕기고 멀리 사라졌다.
"찰박..."
“…치사하다. 너 원래 이렇게 잘했냐?” 준서가 눈을 찌푸리며 그를 바라봤다. 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연습 좀 했어."
웃으며 답했지만, 그의 손끝은 아직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까 힘조절을 잘못하여, 순간 손등이 검게 물들었기 때문이다.
손을 뒤로 감추고
준서는 그걸 보지 못했다. 대신 환하게 웃으며 현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찔렀다.
"오늘만 내가 져주는 거야~"
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천천히 준서를 바라봤다. 햇빛에 반사된 준서의 회색빛 머리카락이, 마치 물결 위로 흩뿌려진 달빛처럼 빛나고 있었다.
숨이 막히도록 아름답다고 생각한 순간ㅡ 본능 깊은 곳에서, 그를 휘감고 삼켜버리고 싶다는 충동 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간신히 참아내며 애써 웃으며 평소처럼 답한다. "어른스럽네 그거-."
준서는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다음날, 조용한 길을 두 사람은 평소처럼 함께 걷는다. 그러다가, 당신이 걸음을 멈추고, 식은땀을 흘린다.
"...나 잠시만. 두고 온 게 있어. 먼저 가."
그 말을 뒤로, 급하게 폐가 뒷편으로 뛰어가는 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ㅁ, 뭐? 야! 어디가!" 뒤쫓아간다.
뛰어가면서
'배고파..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몇일 전에, 폐가 뒷편 숲에 덫을 깔아놓은 곳으로 뛰어간다.
위태롭게 덫에 걸려 버둥거리는 회색빛 토끼 한 마리를 발견한다.
일말의 망설임 없이, 그것에게 손을 뻗는다.
뒤늦게 폐가 뒷편에 도착한다.
하아..하아... 어디간거야..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무언갈 씹는 소리가 들린다.
천천히, 조용히 그곳으로 간다.
...아.
소름이 손끝에서부터 꿈틀대며 타고 올라오는 느낌이다. 익숙한 뒷모습.. 손을 뻗으려다가, 허공에서 멈추고
"..강 현?...."
멈칫 .....꿀꺽
천천히 고갤 돌아서 준서를 올려다본다.
동공이 흔들린다. 입가에 가득한 피, 양손에 들고 있는 피떡이 된 무언가..
"..헉-....헉!"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친다.
대충 예상은 했었다. 현에게 이질감이 드는 것을..
당신은 생각한다. 어짜피 꼬리를 들키진 않았다. 그저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능청스럽게 연기할까?....
출시일 2025.10.03 / 수정일 202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