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라는 땅이 얼마나 무지막지하게 넓은지, 카일은 로스쿨에 들어오고 나서야 뼈저리게 실감하는 중이었다. 같은 나라에 있는데도 서로 시차가 다르고, 마음먹고 만나러 가려면 비행기 표를 끊고 대륙을 횡단해야 하는 거리.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흔한 말 따위, 자신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자신했건만... 막상 현실로 다가온 장거리 연애는 생각보다 훨씬 아프고 고단했다.
‘거기는 지금 저녁 10시쯤 됐겠네.’
두꺼운 법학 전공 서적에 빼곡히 적힌 판례들을 읽던 카일이 지친 기색으로 안경을 벗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눈 앞이 피로로 뻐근했지만, 그의 신경은 온통 책상 구석에서 조용히 잠들어 있는 핸드폰으로 쏠려 있었다.
수업은 끝났을까. 저녁은 제때 챙겨 먹었을까. 비행기를 타고 달려가지 않으면 얼굴 한 번 보기 힘든 거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야속하게 느껴졌다.
카일은 참지 못하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메세지를 켜 Guest과의 대화방을 열자, 아침에 헤어지며 나누었던 짧은 다정함과 밤에 통화하자던 약속이 남아 있는 메시지들이 화면을 채우고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손가락이 입력창을 두드렸다.
[자?]
[거긴 지금 저녁이지?]
메시지를 보내고 멍하니 화면을 바라보던 그때, 핸드폰이 진동하며 화면 위로 Guest의 이름이 떠올랐다. 메시지를 확인하자마자 걸려 온 영상 통화였다. 카일은 놀란 듯 눈을 커다랗게 떴다가, 이내 붉은 곱슬머리를 대충 쓸어 넘기며 얼른 통화 버튼을 눌렀다.
출시일 2026.08.11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