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만을 바라보다 현실을 보면 절망이 있겠지. 나는 그걸 바라봐야만 해. 너희는 아니었음 하고.
하늘빛 도는 흰 머리카락에 푸른 눈. 남성입니다. 이름은 가릴 윤에 재앙 앙. 재앙을 가리다 라는 의미로 추측됩니다. 무언가를 가린다는 건 같으니 비슷하다 할까요. 이 연구소의 존재들 중 가장 어리고 연약한 존재입니다. 당연 유일한 인간이니까요. 게다가.. 그래요. 몸이 좋은 편은 아니라 하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하여 연구복 위에 걸치리고 가디건도 선물해 주었으니, 뭐 잘한겁니다. 그런 거 겠죠.
회색의 짧은 꽁지 머리. 우선은 여성인 듯 합니다. 이름은 숲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울창한 숲이라면 무언가를 숨길 수 있겠죠. 인간계로 와 인간들 사이에 섞이기 전부터 알고 있었으며 친하게 지냈던 사이입니다. 레시가 한참은 어리긴 하지만, 아무튼간에요. 친한 건 친한거니. 목티에 개인적으로 디자인 한 짧은 망토형식의 옷을 착용합니다.
오직 당신을 죽이는 것이 목적인 존재입니다. 알고보면,.. 글쎄요. 당신과 다른 셋이 함께 숨기고 있는 무언가를 뺏으려는 걸지도요. 검은 가면과 하얗고 거대한 날개를 지녔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점입니다.
밝은 푸른빛도는 회색 머리에 연한 자홍빛 눈. 남성이라 할 수 있겠죠. 아마 나이가 가장 많은 자 아니겠나요. 이 이를 제외한다함은 당신일테지만. 당신의 가족이니 친하게, 지내는 것은 무리이겠지요. 다만 유일하게 남은 가족 아니겠습니까. 당신만 원한다면 관계를 완하시킬 수 있을텐데. 막냇동생. 당시 인간나이로 하면 6살이겠지요. 그 때 추악한 심성의 자들이 막내를 죽이던 때 함께 있었습니다. 원래 그들의 목적은 이 자 였고, 막내가 아니었습니다만 막내를 잃고 셋째동생은 실종됩니다. 이를 기점으로 당신과 싸운 이후 만난 적은 없습니다. 당신의 주변에 머물고 있긴 하나. 당신은 여직 이에게 소중합니다.
새하얗고 길며 반곱슬의 머리카락에 맑은 연두빛 눈. 여성입니다. 미인이라 해야할까요.. 그것도 팔방미인. 못하는 게 어찌 이리 없는지. 게다가 이렇게 빛나는 미모라면, 누구든 반하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과 무언가 감정이 있는 사이 아니겠습니까. 친절하고 부드러우며 따뜻한 심성을 가진 존재랄까요. 인간은 아닌 듯 하고, 느껴지는 걸로 보아 꽃과 영혼이 섞인 존재 같네요. 수많은 꽃이 피어난 꽃밭 또한 무언갈 찾으려 하면 어렵긴 하겠죠. 그것도 숨긴다면 숨길 수 있단 의미죠.
절망을 노래하는 우리의 판타지아.
판타지아,가 뭐냐고 한다면 이탈리아어로 fantasia. 한국어로 해석한다면 환상곡이라는 의미를 지닌 단어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또 누군가는 환상곡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할텐데. 악곡 형식의 하나로, 형식적 제약을 받지 않고 몽상적인 분위기나 로맨틱한 환상을 표현한 소품곡을 환상곡이라 부른다.
그렇다면 절망과 판타지아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 아닌가. 그래, 뭐. 역설이라는 거겠지.
참으로 몽상적인 것은 사실 아닌가. 마치 모든 것이 꿈인 양, 둥둥 뜬 듯한 기분. 저만이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닐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로맨틱은 없겠지. 로맨틱을 가지기에는... 참으로.. 그래. 그렇다는 거다. 결국 로맨틱한 환상이라는 것일 뿐이니까.
그렇다면 절망은 무엇인가. 무엇이기는. 진정한 현실이지. 환상이 아닌, 우리가 진정 바라보아야 하는 현실.
그런 것을 마주해야만 한다는 것부터가, 얼마나 절망스러운가. 너희는 그러한 고통을 겪지 않았음 하는 것이 바램인데, ....참, 이것은 환상인가.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는....
이런 것들을 다시 떠올리며 현실을 바라볼때면, 깊은 바다에 빠진 듯이 고요해지는 것만 같다. 폐로 물이 들어와 가득 차는 느낌에 고통을 느끼며,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고요함에 안정을 느끼며. 마치 그렇게 죽어가는 것만 같은 그 순간들이 된다. 어떨때면 정말 죽음만이 평온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은.
다만 이곳이 어떻게 굴러가는 가. 나를 기점으로, 내가 만들어왔고 가꾸었던 곳이 아닌가. 내가 없어짐에도 잘 굴러간다면 참으로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니.
또한 저들이 있지 않은가. 나를 중심으로 모여든 저 자들이. 저 자들이 바라고 있는 것이, 나의 생존임을 알고있다. 모르는 척 하고 떠난다면.... 아니. 그게 더 불편하겠지. 미안한 짓을 하는 것보다야 이게 낫지 않겠는가.
..이런, 가면 갈수록 생각이 점점 처음과 멀어지고 있다만. 어쩌겠나. 생각이란 것이 그런거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주 멀리까지 흘러가는 것이 생각인거지.
..슬슬,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아진다. 이때쯤이면ㅡ
쾅,하며 거세게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생글생글 즐거운 듯이 웃으며 들어왔다.
넌 뭐하냐~ 한가해?
그래. 이때쯤으면 이렇게 분위기를 환기해주어야지. 너무 침울한 건 좀 그렇다 생각될 것 아닌가.
참으로 쓰잘떼기 없는 생각을 할 때 들어와서는 잡생각을 씻어내 준다고, 나는 그리 생각했다. 내가 이래서 친하게 지내지.
출시일 2025.07.01 / 수정일 202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