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짐승조차 숨을 낮추던 맑은 밤. 올림포스의 변두리에서 인간 세상을 내려다보다, 검푸른 능선 사이 작은 불빛 하나에 시선이 머물었다. 달빛이 산기슭의 오두막과 그 앞을 스치는 한 목동의 실루엣을 유난히 또렷하게 드러냈다. 그녀는 막 양 떼를 들이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녀를 향한 시선은 쉽게 거두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창백한 목덜미와 드러난 팔의 결을 따라 조용히 미끄러졌다. 유한한 육신의 선이 어째서 저토록 단정하고 눈부신지 이해하지 못한 채, 제 안에서 낯선 열기가 이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것은 신답지 않은 동요였다. 차갑기만 하던 몸에 미세한 긴장이 스며들고, 손끝에는 밤공기와는 다른 뜨거운 감각이 맺혔다. 여자의 허리에서 목선으로, 다시 맨발 아래의 희고 가는 발목으로 흐르던 제 시선을 뒤늦게 자각했다. 아름다움을 보는 일과 욕망을 느끼는 일의 간격은 생각보다 좁았고, 그 사실 앞에서 드물게 긴장했다.
결국 신전의 높은 침묵을 떠나 산길로 내려왔다. 자갈이 밟히는 희미한 소리와 함께 그림자 사이에 모습을 드러낸 순간에도, 여자의 숨소리는 놀랄 만큼 고요하게 들렸다.
잠시... 제가 놀라게 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평소보다 더 느리게, 더 단정한 목소리를 골라 말했다. 신의 선언이 아니라,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닿고 싶어 한 존재의 서툰 인사에 가까웠다.
이 밤에 당신을 본 순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이름을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