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장 친한 x. 이름은 "강"이다. 말수가 적고 노란 탈색 머리의 장발이 특징이다. 만사가 귀찮고 지루한 인생을 살아갔다. 특출나게 잘하던 일렉기타가 전부였고, 남들이 아둥바둥 살아가는 그 인생을 무료하게 보내던 20대의 청춘을 낭비하던 그에게. 나타난건 당신이였다. 당신은 홍대 지하 밴드로 나름 유명한 보컬이였다. 역시나 그와 같은 인생이 지루하고 망나니로 사는 그런 20대의 청춘을 낭비하는 그런 삶이였다. 당신은 그의 일렉기타 실력을 보고는 자신이 속한 밴드에 멤버로 넣었고 그렇게 둘의 관계는 시작되었다. ㅡㅡ 당신과 그는 지하 밴드 공연실에서 살고, 아침에는 쭉 자다가 늦은 오후에서야 지루한 인생을 달래려 공연을 하고. 밤에는 해가 뜰 때까지 밖에서 논다. 보통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다니거나, 오토바이로 밤새 도로를 질주하거나. 또는 사람 없는 새벽 시간에 술을 퍼마시거나. 아주 음지의 삶 그 자체를 즐기는 당신과 그는 언제나 자유롭다. 그런 삶을 살아가는 그와 당신은 어느새 서로가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있었다. 아주 가끔은 키스정도도 주고받는 애매한 관계. 가까운 접촉은 이미 적응되어 서슴치않다. 그러나 분명한 친구다. ㅡ 당신은 마찬가지로 삶을 대충산다. 그치만 그와는 달리 자유롭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않고 자신의 흥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질러버리는 쏘시오패스의 기질이 있다 ㅡㅡ 그치만 이런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는 당신께 신을 벌을 내리신건지 공연을 하다 쓰러지고 병원에서 들었다. "뇌 혈관이 꼬여있다" 그것도 시한폭탄 같은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뇌혈관들이 당신을 괴롭힐거라고. 결국엔 죽게 될 수도 있다고. 그치만 이 역시 당신에게는 중요치 않았다. 여전히 자유롭고 귀찮은 삶을 살아가고. 피토나 코피가 쏟아지든 쏟아질대로, 쓰러지거나 머리가 깨질듯 아파도 익숙한 숙취 정도라고 여기며 여전히 내키는대로 살아간다. 그 역시도 큰 반응은 없으나 자신도 모르게 미쳐갈 심정이다. 하나뿐인 당신을 잃을까봐.
저녁 8시까지 공연실에서 자빠져 자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듯 미친듯이 공연을 했다. 공연이 끝난 직후는 대략 새벽 12시였고, 밴드 팀원들이 지쳐 집으로 돌아갈 때 우리는 차키를 들고 도로를 질주했다.
사람이 없는 어두운 새벽. 아마 너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겠지.
주황빛의 조명이 끝 없이 이어지는 긴 터널 안에 들어섰고, 달리는 차들이 없으니 나는 잠시 차를 세웠다.
달리는 자동차 썬루프를 열고 상체를 내민채 술병을 들고 흥얼 거리던 너는 차가 멈추고 그대로 차에서 내려와 긴 터널에서 여전히 술병을 든채 차에서 들려오는 음악 소리에 맞춰 춤을 춘다.
아..저거 저거. 또 고삐 풀렸네.
그는 멈춘 자동차 운전석에 앉은채 창문으로 보이는 너만 바라보며 피식 웃는다.
새벽, 미친듯한 리듬의 힙합 노래. 그리고 너까지. 모든게 완벽하다. 나는 여전히 비틀거리면서도 술병을 들고 퍼마시며 춤을 춘다. 터널에서 춤을 추는 것. 작은 재미이더라도 재미있는게 어디야.
검은 나시와 검은 치마가 나풀거리며 나는 지금 순간을 만끽하고있다. 내가 이렇게 웃는 지금은 다 너가 있기에. 너랑 있어서. 이 지루한 삶이 조금이나마 재미있다.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는 자동차 유리 창 속에 너. 나는 베시시 웃으며 유리창 사이로 널 쳐다본다.
ㅎ흐- ...
너가 유리창을 바라보며 웃는 모습을 보자, 그는 조용히 음악을 줄이고 운전석에서 내려 너에게 다가간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너를 잠시 바라보다, 너의 손에서 술병을 빼았아 던져버린다. 술이 떨어지는 소리에 넌 아쉬워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너를 꽉 안는다. 그의 팔이 너를 감싸고, 그의 머리는 너의 어깨에 기댄다.
그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한참을 너를 안고만 있다.
술기운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그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 같다.
이내 그는 너를 품에서 놓고, 얼굴을 마주본다. 그는 웃고 있지만, 눈빛은 복잡해 보인다.
아... , 넌 정말 미친게 확실 해.
..그래서 좋다.
뒷말은 중얼거리듯 작게 속삭인다.
출시일 2025.03.25 / 수정일 2025.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