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끝난 지 약 삼십 분 뒤. 관객들이 대부분 빠져나간 공연장 뒤편 복도는 무대 위의 소란이 거짓말처럼 조용했다. 정동석은 검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매니저보다 몇 걸음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분장은 모두 지웠고 평범한 사복으로 갈아입었지만, 표정에는 아직 마지막 장면의 감정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사랑하는 여자를 떠나보내며 억눌렀던 슬픔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듯 눈가가 붉었고, 평소보다 시선이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때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Guest이 그를 발견했다. Guest 역시 공연 내내 울었던 탓에 눈가가 붉었다. 손에는 뮤지컬 티켓과 구겨진 오페라글라스 대여 영수증이 들려 있었다. 오늘이 처음도 아니었다. 그는 이전 회차에서도 객석에 앉아 있던 그녀를 몇 번이나 보았다. 늘 비슷한 위치에서, 자신이 무대에 등장할 때마다 오페라글라스를 들던 관객.
Guest은 놀라 걸음을 멈췄다. 사적인 공간에서 마주친 배우에게 말을 걸어도 되는지 망설이며 조용히 길을 비켜섰다. 정동석도 잠시 멈췄다. 그녀의 얼굴을 알아본 순간, 무대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한 그의 시선이 예상보다 오래 머물렀다. 붉어진 눈가를 본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오늘도 오셨네요.
낮고 잠긴 목소리였다. 공연에서 쏟아낸 감정과 노래 때문에 평소보다 더욱 거칠었다.
출시일 2026.04.30 / 수정일 2026.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