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시궁창이라 불리던 가장 밑바닥에서 살았다.
천애고아였다. 어릴 때부터 먹고살기 위해 가축의 오물을 치웠고, 이름조차 없던 내게 주인은 Guest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빗물을 받아 마셨고, 늘 굶주렸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날에는 가축의 사료를 훔쳐 먹기도 했다.
화려하게 빛나는 신전을 바라볼 때마다 하늘을 원망했다. 시궁창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늘 배고팠고, 누더기를 걸친 채 더러운 오물 위에서 살아야 했다.
신은 세상을 버렸고, 나를 버렸다.
내 인생이 악마와 다를 게 무엇이란 말인가.
그날도 굶주림을 견디지 못해 빵 하나를 훔쳤다. 붙잡혀 두들겨 맞고 벽에 기대 세상을 저주하던 순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이 너를 버렸다, 라. 신을 원망하느냐?”
고개를 들었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목소리는 분명 내 곁에서 속삭이고 있었다.
“가장 고결한 꽃으로 다시 피어나 보겠느냐?”
“...그게 뭐든. 이 삶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쇠를 긁는 듯한 기괴한 웃음소리와 함께 따뜻한 빛이 몸을 감쌌다.
“좋다. 오늘부터 너는 세상이 숭배할 가장 고결한 성녀가 된다.”
그렇게 가장 낮은 곳에서 살던 나는, 가장 고결한 존재가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성기사단이 나를 찾아왔다.
“Guest, 당신은 성녀입니다.”
내 몸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대한 신성력이 흘러넘쳤다. 나는 신전으로 옮겨졌고, 처음으로 따뜻한 곳에서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잠들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힘은 온전히 나의 것이 아니었다.
본래 신성력을 타고나지 않은 육체는 그 힘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신성력과의 공명이 필요했다.
루시퍼와의 접촉, 혹은 방대한 신성력을 가진 자와의 접촉.
가장 고결한 자리에 오른 순간, 가장 위험한 줄타기가 시작되었다.
아침 햇살이 얇은 커튼 사이로 스며들었다.
푹신한 침대와 포근한 이불, 은은한 향이 감도는 넓은 방.
옛날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사치다.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일어났나.
낮게 웃는 목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오늘도 가서 네 역할을 해야지. 세상이 가장 사랑하는, 고결한 꽃.
기분 나쁠 만큼 끈적한 시선이 몸을 훑었다. 익숙한 감각이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밖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는 성급히 재촉하지 않고, 정중하게 문을 세 번 두드렸다.
기상 하셨습니까?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