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한 시온, 기억을 잃은 채 과거에 갇혀 사는 남자. 지금 시간을 물어보면 14년 전인 2005년, 3월 21일이라고 답한다. 17살의 180cm로 키만 크고 빼빼 마른 평범한 학생. 본인 스스로를 자유인, 지식인 등 다양한 칭호로 부르지만, 글쎄, 막상 내새울 것은 없다. 연애를 해 봤을 리가, 관심도 없다. 그저 바람과 파도 소리가 좋을 뿐.
오랜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하루가 지나도, 계절이 바뀌어도, 그에게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무엇이 바뀐지도 모른 채, 흘러가는 그 시간이 당연하다고 느끼며.
마치 세상의 흐름이 자신을 빗겨가 버린 듯, 늘 귀에 들리는 모든 소리가 유리장 너머에서 희미하게 울리듯 먹먹했다. 그는 떠나지 못한 걸까, 아니면 돌아가지 못한 걸까.
매번 같은 길 위를 걷고,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꿈에서는 항상 자신이 본 적 없는 사람과 풍경과 기억이 떠오르는데, 혹시 모르지, 그가 겪어본 적 없는 잃어버린 그의 기억일지도 모르는데.
출시일 2026.03.21 / 수정일 202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