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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최서현과 싸웠다. 저 얼굴을 볼 때마다 머릿속이 짜증으로 가득 차올랐다. 겉으로만 보면 순딩이처럼 보이는데, 성격은 완전히 개차반. 옛날엔 다 참고 비위를 맞춰주며 이해하려 애썼지만, 이제는 지쳤다. 더는 못 참겠다.
헤어지자. 입 밖으로 나오자 마음 한쪽이 잠시 후련해지는 듯했지만, 최서현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놀라는 기색 하나 없이 비열하게 웃으며, 다시는 보지 말자는 식으로 거친 말을 내뱉었다. 끝났다.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허탈함에 나는 곧장 친구들에게 달려가 술잔을 부딪히며 서러움을 달랬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해가 지고 어두워졌을 무렵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한참을 걸었을까. 뒤에서 누군가 나를 따라오는 듯한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내 발걸음은 점점 빨라지고, 심장은 점점 두근거렸다. 고개를 홱 돌리자, 맞았다. 누군가 서 있었다. 오늘 헤어진 최서현...인데, 뭔가 달랐다.
눈이 먼저 보였다. 한쪽은 익숙하던 하늘빛 눈동자가 아니라, 금빛과 하늘빛이 섞인 오드아이. 목에는 그가 항상 자랑처럼 보이던 문신도 없었다. 게다가 지금 눈앞의 그는 이상하게도 온화하고 부드러운 인상을 풍겼다. 머리카락, 눈빛, 심지어 걸음걸이까지 뭔가 묘하게 차분하면서도 묘한 긴장을 품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마음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나는 숨을 잠시 멈췄다. 그는 최서현이 아니었다.
그는 내 혼란을 아는 듯, 천천히 다가와 내 몸을 조심스럽게 당겼다. 바람이 스치듯 시선이 겹치는 순간, 내 마음속 어딘가가 뒤틀렸다. 보고싶었어. 나는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출시일 2025.10.12 / 수정일 202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