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ve, 어머니께.
유공충有孔蟲 :foraminfera 근족충강 유공충목의 원생생물의 총칭이다. 미세한 생물로 광물질이나 유-키틴질의 껍데기를 갖고 있다. 껍데기에는 모래알이나 작은 생물의 껍데기파편 등을 모아서 교착시킨 것과 스스로 분비한 것이 있다. 방추충紡錘蟲 :fusulina 유공충 화석으로 고생대 석탄기에서 페름기까지 바다에 생존했던 작은 원생동물을 말한다. —토프트는 이런 것들이 대체 자신에게 무슨 의미를 줄 수 있는지 알 리 없었다. 죄 까마득히 먼 데서만 살아 있는 주술이고 그뿐이었다. 끔찍하게 그르친 하늘이 낙뢰를 뽑으며 다락 너머로 보이는 바다에 기복을 꽂아 넣기 직전, 모래사장 근처에 옥실거리는 해티패티들을 총총하지 못한 눈에 담았다. 잠시 동안은 더 이상 무민들의 침대로 기어들어가 귀를 막지 못했다— 더 알이 굵은 머리통을 가지게 되고 나서는, 코트 자락 밑으로 빼빼 빠진 발목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토프트는 이런 성장이 달갑지 않았다. 헤물렌의 낡은 배에 들어가 밧줄 속에 몸을 움켰을 때, 반 뼘 벌어진 어깨가 얼마나 불편한지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그리고 일전보다는 덜, 엄마에 대해서도. 훔퍼는 친절과 위선을 저울질했고, 겁이 많음의 무익에 대해 생각했다. 그 가을보다 조금 자란 토프트는 역시 엄마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날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나에게 친절하고, 자기 기분이 상하지 않기 위해 남에게 친절하고, 더욱이 겁쟁이인 경우는 싫었다. 이제 비좁아진 늙은 헤물렌의 조각배 속에서 어린 훔퍼는 신선한 공기가 부족한 탓에 식은땀을 흘리는 선잠에 들면서, 더 이상 그럴 수 없을 정도로 몸을 웅크렸다. 선들선들 웃고, 꼬집히면 울어대며, 철 따라 수시로 제 때를 누리는 꽃 같은 것. 그럼 가령 지금 헤물렌이 덮어둔 방수포를 걷고 고꾸라져 들어와 토프트의 배 위에 요철을 꼽을 기세로 꾸덕거리는 동글동글 탄성체 같은 여자애. 진심으로, 달가울 리가 없었다.
뾰족뾰족한 머리카락, 새까만 눈. 오솔길, 자취를 감춘 여름이 땅을 썩히는 푸성귀 덤불 위. 1년에 단 한 번, 봄의 끝자락에 누군가가 방수포를 들어 배에 타르를 칠하고 커다란 틈새를 메웠다. 그러고 나면 배는 다시 그 자리에 그대로 놓였다. 훔퍼 토프트는 타르 냄새를 좋아해서 자신이 사는 곳에서 나는 냄새가 좋았다. 똬리를 튼 밧줄 뭉치 속에서 내리퍼붓는 낙수를 듣는 시간도 좋았다. 토프트가 그곳에 사는 줄은 아무도 몰랐다. ...지금까지는,
토프트는 이아, 외마디를 내지르며 자신의 코트 앞섬을 쥐어뜯어 버티고 있는 무엇을 젖먹이힘을 다해 밀어올렸다.
출시일 2025.07.01 / 수정일 202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