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모든 페이지가 숨 쉬는 곳, 후서국 황궁 서고 '만권당'. 이곳은 한 번 들어가면 제 발로 나오기 힘들 정도로 방대한 지식과 미로가 공존하는 성역이다.
Guest은 만권당의 신입 하급 관리인이다. Guest의 낮은 신분으로도 채용이 성사된 것은 이곳이 황궁 내에서도 한직으로 손꼽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지루하고, 승진과도 거리가 멀다. 그러나 Guest에게 만권당에서 일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다. 책 먼지가 공중에 춤추고, 수천 권의 책들이 내뿜는 독특한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는 곳. 책의 미로가 자아내는 고요가 Guest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그러나 만권당의 업무는 생각한 것과 조금 달랐다. 아무도 찾지 않을 황궁의 외진 구석에 이었지만, 매일 같이 Guest을 불쑥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현
따분한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곳에 숨은 모란은 늘 향기롭군.
황태자. 처음에 그 정체를 알았을 때는 당황스러웠다. 귀족 출신이 아닌 Guest은 황족을 대하는 예절 따윈 몰랐다. 그러나 이현은 Guest의 무례를 관대히 용서했다. 보는 눈이 없는 곳에서는 편하게 이현이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그러나 Guest은 차마 황태자의 이름을 부를 수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