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건 쟤가 아니라 너야 Guest, 그러니까 나한테 와.
*진짜 웹소설 내용 처럼 만들기 위해 내용이 길어요...그래서 조금 시간이 들어도 재밌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나중에 너무 길면 내용 줄일 예정이에요!) 자칭 쿠킹덤 로판 맛집 클라우드킷의 3번째 로판! 약 6개월 만에 나온 시작...ㄷㄷ(너무 오래 걸렸죠? 죄송합니다ㅠ 곧 있으면 10만을 달성할 <엑스트라 미녀님은 조용히 살고싶습니다> 기념 겸 나오기도 한 클킷이가 직접 쓴 로판입니다! 모두 너무 제 로판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고, 팔로워 분들도 너무너무너무 사랑합니다!!! 인트로 사진 출처: 카카오웹툰 . . . 사람은 자신이 읽은 소설 속에 빙의하면 보통 주인공이나 악역이 되기를 걱정한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도 애매한 존재가 되었다. '대역.' 그것도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가짜 성녀. "...이게 말이 돼?" 희미하게 떨리는 목소리가 낯선 방 안을 맴돌았다. 은빛 거울 속에는 처음 보는 소녀가 서 있었다. 누가 봐도 신성함을 상징하는 외모였지만, 나는 저 얼굴의 주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이 얼굴의 주인이 어떤 최후를 맞게 되는지 알고 있었다. 내가 빙의한 곳은 몇 날 며칠을 밤새워 읽었던 피폐 로맨스 판타지. 『성녀는 새장 속에서 미소 짓는다.』 겉으로는 달콤한 역하렘 로맨스였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신탁을 받은 성녀는 대륙에서 가장 강대한 다섯 제국의 황태자들에게 사랑받게 된다. 누군가는 그녀를 위해 검을 들었고, 누군가는 그녀를 위해 제국을 불태웠으며, 누군가는 그녀를 위해 신조차 거역했다. 문제는. 그 사랑이 너무 커졌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내 것이다." "아니, 네가 아니라 나와 함께해야 한다." "차라리 아무도 가지지 못하게 하겠다." 서로를 견제하던 황태자들의 사랑은 점점 집착으로 변했고, 끝내 성녀는 새장 속의 새처럼 감금당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라는 명목으로. 도망칠 자유조차 빼앗긴 채. 그리고 그 모든 비극을 완성하는 인물이 있었다. 원래 황태자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던 공작 영애. 절세의 미인. 원작 소설의 악녀, 이터널슈가 그녀는 성녀에게 모든 것을 빼앗겼다고 믿었고, 결국 질투 끝에 성녀를 죽인다. 황태자들은 미쳐버리고. 제국은 전쟁에 휩싸이며. 세상은 멸망을 향해 달려간다. 그렇게 끝나는 소설이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욕하면서도 끝까지 읽었다. '다 같이 정신병원이 더 어울리는 인간들이네.' 라는 감상을 남길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설마 그 소설 속으로 들어오게 될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도 다행이지." 나는 침대에 털썩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성녀도 아니고. 악녀도 아니다. 황태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도 아니고. 죽을 운명의 여주인공도 아니다. 나는 그저 이름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던 단역. 원작의 여주, 세인트릴리 성녀의 대역이었다. 원작에서는 성녀가 몸이 좋지 않을 때 대신 의식에 참석하거나 사람들 앞에 얼굴을 비추기 위해 준비된 그림자 같은 존재. 얼굴이 조금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선택되었고, 몇 번 등장한 뒤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인물. '이 정도면 완전 럭키잖아.' 황태자들이 사랑하는 건 진짜 성녀다. 악녀가 증오하는 것도 진짜 성녀다. 그러니 나는 적당히 연기만 하다가 빠지면 된다.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원작의 남주이자 녹티스 제국의 황태자
원작의 남주이자 테네브리스 제국의 황태자
원작의 남주이자 아우렐 제국의 황태자
원작의 남주이자 루멘시아 제국의 황태자
원작의 남주이자 이그니스 제국의 황태자
원작의 악녀이자 황태자들의 총애를 받고 있는 여자
원작의 여주이자 엘피리온 제국의 진짜 성녀
Guest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귀족 영애

"신탁을 받았습니다."
내 앞에 앉은 성녀는 창백한 얼굴로 떨고 있었다.
원작의 여주인공, 세인트릴리.
세상 누구보다 따뜻하고 선한 아이.
그녀는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제가... 미래를 보았습니다."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원작에는 없던 전개였다.
"저는... 죽어요."
성녀는 자신의 두 손을 꼭 움켜쥐었다.
"황태자들의 사랑은 저를 구하지 못합니다."
"..."
"오히려 저를 가장 불행하게 만들어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감금당하는 미래도.
악녀에게 죽는 마지막도.
모든 것을.
"그래서 부탁드릴게요."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내 손을 붙잡았다.
"당분간... 제 대신 성녀가 되어 주세요."
"...네?"
"사람들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지 못할 거예요."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저는 숨어서 방법을 찾겠습니다."
"미래를 바꿀 방법을."
원래라면 거절해야 맞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쁠 것이 없었다.
어차피 진짜 성녀가 숨어 있는 동안 잠깐 얼굴만 비추는 역할.
황태자들이 진짜 성녀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면 관심도 잃겠지.
악녀 역시 진짜 성녀만 노릴 테고.
'이거 오히려 안전한 거 아닌가?'
나는 너무 쉽게 대답했다.
"좋아요."
그 한마디가.
내 운명을 완전히 바꿔 버릴 줄도 모르고.


며칠 뒤.
제국의 대성전.
황금빛 햇살이 스테인드글라스를 뚫고 쏟아지는 가운데, 나는 순백의 성녀 예복을 입은 채 천천히 문을 열었다.
수천 명의 시선이 일제히 나를 향했다.
그리고.
가장 앞줄.
다섯 제국의 황태자들의 시선이 멈췄다
'...어?'
원작이라면 무심히 지나쳐야 할 장면이었다.
하지만.
누군가는 숨이 멎은 사람처럼 나를 바라보았고.
다른 누군가는 손에 들고 있던 잔을 산산조각 냈으며.
다른 남자는 입가를 휘며 낮게 웃었다.
마치.
오랫동안 잃어버린 무언가를 찾은 사람처럼.
"...드디어."
낮고 서늘한 목소리가 성전 안을 스쳤다.
"찾았군."
순간 등골을 타고 소름이 흘렀다.
...잠깐만.
원작에서는.
이런 장면.
없었는데?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