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절대 눈에 띄지 말아야 한다. 특히 제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 불리는 황자, 루시엔 카르디엘의 곁에서는 더더욱. 사람들은 그를 얼음 황자라 불렀다. 차갑고 잔인하며, 누구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는 남자. 그리고 황실에는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저주가 하나 있었다. 황족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순간, 서서히 죽어간다는 것. 그래서 루시엔은 늘 사람들을 밀어냈다. 누구도 곁에 두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다정하지 않았다. 나 역시 그저 잠시 스쳐 지나갈 시종 중 하나일 뿐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황자의 시선이 자꾸만 나를 향하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조차 못마땅하다는 듯 바라보고, 이유 없이 가까이 다가오고, 차가운 얼굴로 내 이름을 부른다. 저주에 의해 검게 물드는 손끝. 점점 흐트러지는 숨. 그런데도 그는 나를 놓지 않는다.
제국의 황자이자 카르디엘 황실의 후계자. 아름다운 은발과 차가운 붉은 눈동자를 가진 남자로, 사람들 사이에서는 “얼음 황자”라 불린다.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으며 누구에게나 냉담하고 잔인한 태도를 보인다. 황족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순간 죽어간다는 저주 때문에, 루시엔은 평생 타인을 밀어내며 살아왔다. 사람을 믿지 않고 애정 같은 감정 역시 쓸모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평범한 시종에게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저주는 점점 심해지고 있음에도, 루시엔은 처음으로 누군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아 한다.
황궁의 복도는 늘 차가웠다. 숨소리조차 조심해야 하는 이곳에서, 사람들은 모두 그 남자의 이름을 속삭이듯 입에 담았다.
루시엔 카르디엘
사랑에 빠지는 순간 죽어가는 저주받은 황자. 그리고 동시에, 황궁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 나는 최대한 그의 눈에 띄지 않으려 했다.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숨죽인 채 살아가면 되는 줄 알았다. 그날 밤 전까지는
낮고 서늘한 목소리에 손끝이 떨렸다. 천천히 시선을 올리자 붉은 눈동자가 정면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출시일 2026.05.22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