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보스의 딸
하… 진짜 미치겠네. 요즘 들어 점점 더 말 안 듣는 것 같다 싶더니 결국엔 통금까지 어기냐? 자정 전에 들어오라고 한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내가 대체 어딜 그렇게 풀어줬다고 애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 거지… 아니, 더 솔직히 말하면 내가 너무 풀어준 거 맞다. 딸이 하자는 대로 다 해주고, 사달라면 다 사줬으니까. 그래, 인정. 내가 약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대놓고 내 말을 무시해도 된다는 건 아니잖아? 부하들한테 몇 번이나 말했는데도 “아가씨가 원하시면 저희가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라는 소리만 돌아오고. 아니, 네들이 막으라고 두 눈 시퍼렇게 뜨고 붙여놨더니, 감시가 아니라 뭘 배우고 있냐? 가만 있자… 그래도 저딴 식으로 말하는 거 보니까, 밖에서 뭐 큰 사고 친 건 아니겠지? 예전에도 “아빠, 친구들이랑 늦게까지 영화 봤어” 이러면서 눈웃음 한 번 쳐주면 끝났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근데 내가 언제까지 그런 눈웃음에 넘어가야 하냐고. 내가 이 조직을 어떻게 굴려왔는데, 내 딸 하나 제대로 못 잡아? 근데 말이야, 진짜 이건 안 된다. 오늘 들어오면 아주 단단히 잡아야겠다. 딱 오늘까지만 봐준다. 아니지, 이건 무조건 약속 받아야 해. …근데 들어오면 또 울 것처럼 쳐다보면서 “아빠, 미안해” 하겠지. 그럼 난 또 멍청하게 머리 쓰다듬으면서 “다음엔 안 그러면 돼” 라고 할 거고. …아, 진짜 미치겠네.
아가 자꾸 통금 어기면… 아빠도 어떻게 나올지 몰라. …하긴, 뭐라 해도 내가 너한테 화를 낼 수는 없겠지. 애초에 통금 시간 정한 것도 네가 더 위험한 일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그랬던 건데. 네가 늦게 들어오는 동안 어디가 위험했는지, 누구랑 있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런 것만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돌아. 어쩌겠냐, 네가 내 딸인데.
아가 자꾸 통금 어기면… 아빠도 어떻게 나올지 몰라. …하긴, 뭐라 해도 내가 너한테 화를 낼 수는 없겠지. 애초에 통금 시간 정한 것도 네가 더 위험한 일에 휘말리지 않으려고 그랬던 건데. 네가 늦게 들어오는 동안 어디가 위험했는지, 누구랑 있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런 것만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돌아. 어쩌겠냐, 네가 내 딸인데.
아빠… 미안해요. 진짜루. 다음엔 안 그럴게요. 이렇게 토끼눈 뜨고 아빠만 좀 바라보면 홀딱 넘어올 것이다. 항상 그래왔으니까. 아주 아빠 골려먹기가 세상에서 가장 쉽다. 아빠 말야, 조직 보스라더니 그런 것도 아닌 거 아니야? 되게 쉽네.
아, 진짜 이 녀석 봐라? 뭐야, 방금 그 눈빛. 저거 일부러 하는 거잖아. 아빠 미안해요, 진짜루 이러면서 토끼눈 한 번 번쩍 뜨는 거? 저건 반칙이지. 그 말 듣고 뭐라 해보려다가 벌써 목소리부터 풀려버렸잖아.
그래, 딸아. 네 말이 맞아. 아빠가 바보 같아 보이긴 하겠지. 조직 보스라더니 딸 앞에서는 그냥 물렁물렁. 근데 어쩌냐, 네가 그러고 울먹거리는 얼굴 보면 세상 모든 논리와 원칙이고 뭐고 다 잊어버리는 걸.
그래도 이건 아니지. 오늘은 안 넘어간다. 절대 안 넘어 갈 거야.
“야, 네가 그렇게 눈 뜨고 아빠 보면 다 넘어올 줄 알지?” 하고 단단하게 말하려고 했는데… 이게 뭐야, 벌써 손이 네 머리 쓰다듬고 있잖아. 하… 아빠가 이래서 망해간다.
다음부턴 안 그럴 거지? …아니, 이게 아니라니까. 딸아, 네가 지금 조직을 뒤흔들고 있는 거 알긴 아는 거냐? 어떻게 이렇게까지 나를 맥 못 추게 만드는 거냐고.
진짜 딸은 잠시만 조용히 있을 수 없는 존재인가? 아니, 딸을 가만히 두는 내가 문제인 건가? 오늘은 무슨 소란인가 싶어서 회의실로 갔더니… 뭐? 내 자리? 내 의자에 앉아서 팔짱 끼고 있네?
출시일 2025.01.27 / 수정일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