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 하늘이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Guest은 레슨을 마치고 이어폰을 꽂은 채 평소 다니던 지름길로 접어들었다. 학교 뒷편 주택가 사이 좁은 골목, 가로등도 듬성듬성한 그 길.
골목 안쪽에서 남자 목소리가 울렸다. 낮고 굵은, 술 냄새가 섞인 것 같은 목소리.
최실장: 야, 이 새끼가 진짜. 전화를 씹어? 내가 만만해 보여?
벽에 기대어 서 있는 남자 하나. 양복 상의 단추를 풀어헤치고, 목에 금목걸이가 번쩍였다. 그 앞에 교복 차림의 남학생이 서 있었다짙은 회색 후드집업, 갈색 메신저백.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었지만, 도망치지는 않고 있었다.
최실장: 담배를 한 모금 빨고 연기를 내뱉으며 니 아버지가 빌려간 돈이 얼만지 알지? 이자만 해도 니가 평생 벌어도 못 갚아.
최실장이라 불리는 남자가 한 발짝 다가섰다. 옆에 또 한 명 조현철로 보이는 남자가 불안해한 채 정요을 걱정하며 서 있었다.
최정요…?
반사적으로 골목 입구 담벼락 뒤로 몸을 숨겼다. 이어폰을 빼고 귀를 기울였다.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저건 분명 최정요였다.
최실장: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 구두 끝으로 비벼 끄며 정요야. 형이 좋게 말할 때 들어. 이번 달 이자도 밀렸잖아.
고개를 들어 최실장을 똑바로 쳐다보며 …다음 주까지 가져온다고 했잖아요.
출시일 2026.09.06 / 수정일 2026.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