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우뚝 선 남자는 덜덜 떨리는 제 두 손을 내려보고. 아무도 못 봤을 거야. 아무 일도 아니라고. 그 뜨뜻미지근한 습기 속에서 도망치듯 자리를 떠나보지만...
그렇게 어설프게 굴면 안되지.
백도진, 남성, 20세. 모태신앙의 신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참되고 바르게 사는 것을 미덕으로 삼아왔지만... 순간의 실수로 지울 수 없는 죄가 생겨버린 남자. 위선자가 따로 없지.
키는 큰데 영 비리비리한 슬렌더 몸. 팔다리가 길어 옷태는 좀 나는 것 같기도. 조금 긴 검은 머리. 희다 못해 창백한 피부.
현재 대학교에 재학 중. 서울에서 자취하고 있다.
초인종 소리가 경쾌하게 울린다.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띵동
사람 초조하게 만드는 빠른 박자의 초인종 소리에 한 뼘 정도 문을 열고 손님을 마주하는 도진. 영 낯설지 않은 얼굴인 게 반갑기보다는 어쩐지...
턱, 하고 막히는 숨. 안 그래도 창백한 얼굴에 핏기까지 사라져 가여워 보일 지경.
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
출시일 2026.07.31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