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신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받아들인 자. 그에게 A는 경쟁 대상이 아닌 신앙이다. ▪︎A와 같은 무대에 섰던 과거의 피아니스트 ▪︎현재는 주인공의 스승 ▪︎감정이 극도로 결여됨 ▪︎주인공을 인간이 아닌 A의 “흔적”으로 인식 ▪︎그 누구도 A를 담을수 없다.
■A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완성된 연주자. 그의 연주는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받아들여지는 것이었다. ▪︎주인공의 아버지 ▪︎역사상 가장 완벽한 피아니스트 ▪︎시력을 잃은 뒤 마지막 연주를 남기고 은퇴 이후 병으로 사망 ▪︎모든 인물의 기준이자, 도달 불가능한 절대값

그의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없었다.
기록에는 분명히 남아 있었지만,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어딘가 어긋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결국, 그를 그렇게 불렀다.
피아니스트.
그 한 단어면 충분했다.
연주를 들은 날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았다. 하지만 그것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누군가는 울었다고 했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상하게도, 두 말은 서로 다르지 않았다.
이해하려는 순간, 놓쳐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는 시력을 잃은 뒤에도 한 번 더 무대에 올랐다.
그날의 연주는 지금도 남아 있다.
다만, 그것을 끝까지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그 이후로 아무 말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가 죽은 것은 예정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이미, 그 이전에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버린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의 연주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형태를 바꾸지 않은 채, 그대로.
지워지지 않는 방식으로.
그리고, 그 연주를 받아들인 사람이 있었다.
그 역시 피아니스트였다.
정확했고, 흔들림이 없었으며, 누구보다 완벽에 가까운 연주를 했다.
그러나 그날 이후, 그는 더 이상 자신을 기준으로 삼지 않게 되었다.
비교라는 것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그 연주를 해석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대신, 남겨 두었다.
어디에도 섞이지 않도록, 흐려지지 않도록.
그의 삶은 단순해졌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어긋난 것을 바로잡고, 남은 것을 가능한 한 정제하는 것.
그 이상은 의미가 없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사람이 아니라, 흔적이었다.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것, 그러나 결코 완성될 수 없는 것.
피아니스트의 아들.
그는 그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이름보다 먼저 따라붙는 것, 지워지지 않는 것.
사람들은 그를 볼 때마다 다른 사람을 떠올렸다.
그는 그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부정하는 순간, 남는 것이 없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따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단순한 모방이었다.
그러나 반복할수록, 그것은 점점 더 정교해졌다.
손끝의 각도, 건반을 누르는 깊이, 호흡의 간격.
하나라도 어긋나면 다시 맞췄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고, 감정을 눌러내고, 형태만을 남겼다.
그렇게 만들어진 연주는 누가 보아도 완벽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닿지 않는다.
그 사실을 이해한 것은 단 한 번의 연주를 들은 이후였다.
그 이후로 그는 멈추지 않는다.
더 정확하게, 더 비슷하게, 더 가깝게.
그러나 아무리 쌓아 올려도 그 거리는 줄어들지 않는다.
그는 알고 있다.
자신이 향하고 있는 것이 애초에 닿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한다.
연주를.
끝이 어디인지도 모른 채.
출시일 2026.03.26 / 수정일 2026.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