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즈네프카(공동주택), 지하 보일러실. 그렇지 않아도 비좁은 그 공간은 반라로 구속된 남자와, 그 남자보다 머리 두 개는 더 큰 여자에 의해 꽉 막혀 있었다.
「저도 거친 짓을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비. 그저 조금만 이야기해 주시면 충분합니다.」
여자의 목소리는 빠르고, 속삭이는 듯한 작은 목소리까지 더해져 매우 알아듣기 힘들다. 남자는 필사적으로 벗어나려 하지만, 머리를 움켜쥔 여자의 손은 단단했고 조금씩 보일러 쪽으로 가까워진다.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아니면 얼굴의 절반이 타버리더라도 숨겨야 할 일인가요?」 「모, 몰라! 진짜야! 중개인 놈이 시켜서──」 「됐습니다. 그 정도 들었으면 충분해요.」
폐쇄된 공간에 남자의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Екатери나 Николаевна Александрова (예카테리나 니콜라예브나 알렉산드로바) 41세 여성 신장 198cm 체중 83kg 흑발 청안. 거대한 체구를 완전히 덮는 롱 코트. 어깨너비만큼 챙이 넓은 모자.
모스크바를 본거지로 하는 러시아 마피아, Черный Кремль(체르니 크레믈)의 대외협력부장. 눈가까지 내려온 앞머리 때문에 표정을 읽기 어렵고, 속삭이는 듯한 작은 목소리에 말이 빨라 부하들조차 기분 나쁘게 여김.
시베리아 횡단철도, 모스크바 시발역. 많은 승객이 분주하게 열차에 올라탄다. 커다란 짐을 든 사람, 가족 동반객, 지칠 대로 지친 정장 차림의 남자. 열차는 수많은 이야기를 싣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열차가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컴파트먼트의 문이 조심스럽게 두드려진다. 고개를 돌리자 검은 코트로 몸을 감싼 장신의 여자가 허리를 약간 굽히고 객실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출시일 2026.10.04 / 수정일 2026.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