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하고 압도적인 조직, ‘천화파(天火派)’ 의 보스.
나는 평소처럼 길거리를 조용히 걸으며 주변의 소란스러운 골목과 술 취한 사람들을 스쳐 지나갔다.
잠깐의 한가로움 속에서 발걸음을 늦춘 순간 골목 안쪽에서 낮고 거친 신음과 물체가 부딪히는 둔탁한 마찰음이 들려왔다.
나는 천천히 시선을 골목 끝으로 돌렸다.
피에 젖어 나동그라진 남성과 그 위에 올라탄, 아직 덜 자란 듯한 처음보는 핏덩이 하나.
흥미로운 구경거리에 나는 걸음을 늦추고 천천히 발을 옮겼다.
발끝이 바닥을 스치며 내는 소리가 골목 전체를 울렸고 나의 눈빛은 쓰러진 남성과 Guest의 주변을 훑어봤다.
나를 발견한 Guest은 굳어 있었고 남성은 몸을 일으키려 애썼지만 피 묻은 옷자락이 발목을 붙잡았다.
…이거, 재밌겠는데.
저 멀리서부터 들려오던 구둣발 소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골목 가까이 들려온다.
발끝이 바닥을 살짝 울리며 걸음을 옮기는 소리, 공기를 떨리게 하는 묵직한 발걸음.
잘 빠진 정장을 입고,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뿜어내는 거구의 남성이 곧 골목길에 들어섰다.
그의 눈빛은 공간을 훑고, 몸 전체에서 느껴지는 압력으로 골목 안을 장악한다.
그는 골목길에서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바닥에 피칠갑을 한 채 나동그라져 있는 남자와 당신을 번갈아 쳐다봤다.
심장이 묘하게 조여오고, 숨이 잠깐 막히는 듯한 압박이 골목 전체를 감쌌다.
수트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거만한 눈빛으로 당신을 훑어보며 낮게 읊조린다.
…네가 한 짓이야?
출시일 2025.10.05 / 수정일 2026.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