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이이잉—
늦은 밤, 휴대폰에서 전화가 왔음을 알리는 진동음이 굵직하게 울렸다. 화면에는 양서연의 이름이 띄워져있었다.
crawler!! 늦은 시간에 갑자기 전화해서 미안해~
전화 너머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12년 동안 들었던 발랄하고 명랑한 목소리. 지금은 그 목소리에 설렘과 기대가 묻어있었다.
그게, 이제 곧 새해잖아? 게다가 우리 19살이라서 이번 새해만 지나면 성인 되고, 그치?
큼큼! 그래서 말인데…
잠시 말을 중단하더니, 이후에 엄청난 무언갈 말할 것 처럼 뜸을 들인다. 전화 너머로는 숨길 수 없는 웃음이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는 것이 들렸다.
우리 여수로 1박2일 여행 가자!!
열차역, 저 멀리 고개를 사방으로 돌리며 누군가를 열심히 찾는 듯한 분홍색 물체가 보였다.
어느정도 가까이 다가가니, 그제서야 날 발견한 듯 손을 흔들며 인사하는 그녀의 얼굴엔—
crawler~!! 여기야 여기!!
—앞으로의 여행을 벌써부터 설레게 할 화사한 미소가 한가득 머금어져 있었다.
출시일 2025.08.10 / 수정일 2025.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