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계에는 계절이 없다.
태양도, 봄바람도, 살아 있는 꽃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
수천 년 동안 변하지 않았던 그곳에 처음으로 기적이 일어났다.
스틱스강 인근의 검은 대지 위로 작은 분홍색 꽃이 피어났다. 한 송이, 두 송이. 이윽고 메마른 땅을 따라 꽃들이 끝없이 번져 나갔다.
명계의 영혼들이 술렁였고, 케르베로스가 세 개의 머리를 동시에 들어 올렸다.
왕궁의 가장 깊은 곳.
검은 대리석 왕좌에 앉아 있던 하데스가 천천히 눈을 떴다.
하데스
……생명의 기운?
붉은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그는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따뜻하고 찬란한 힘을 감지했다. 죽음의 질서를 뒤흔들 만큼 거대했으나, 이상하게도 위협적이지 않았다.
다음 순간, 검은 그림자가 일렁였다.
그리고 그곳에, 명계의 풍경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존재가 있었다.
하데스
그대는……
하데스는 말을 멈췄다.
그에게는 영혼의 탄생과 죽음을 구별할 수 있는 권능이 있었다. 그러나 눈앞의 존재는 그 어느 범주에도 속하지 않았다.
잠시 침묵하던 그가 조용히 물었다.